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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K소스가 전 세계인의 식탁에 놓이려면

조선비즈 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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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라면이 케이(K)푸드의 선두 주자로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그 관심이 한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K소스’로 불리는 고추장·된장·간장 같은 전통 양념류도 주목받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소스류 수출액은 3억1503만달러(약 448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식품업계는 올해 전체 수출액이 사상 처음 4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류와 한식의 인기가 ‘양념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글로벌 식품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홍콩의 이금기는 미국에서 한국식 숙성 양념 소스를 선보였다. 미국의 하인즈는 한국식 바비큐 소스를 출시했다. 유럽의 유니레버는 인도 시장에 고추장소스를 내놓으며 K소스 트렌드에 합류했다.

국내 식품사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라면보다 4배 이상 큰 세계 소스 시장을 선점해야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원홈푸드는 B2B(기업 간 거래) 전용 브랜드로 미국 유통 채널을 공략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B2B 유통사에 고추장소스를 공급 중이다. 더본코리아도 유럽 B2B 소스 유통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개척된 시장이 있다. 바로 중동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한식 시식회를 준비하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간장·된장·고추장 등으로 조리해야 하지만,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식품) 기준에 맞는 장류 제품을 찾지 못한 탓이다.

문제는 ‘주정(酒精)’이었다. K소스에는 살균·항균 효과를 위해 주정을 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코올 성분이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가면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없다.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알코올이 생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커 중동 수출에 제약이 생긴다.


일본의 대표적인 간장 회사 기꼬만은 이 같은 문제를 이미 2017년에 겪었다. 콩·밀·소금·물로 만든 간장이 알코올을 1.5~2.0%가량 함유한 것으로 나와 수입 금지 조치와 폐기 처분을 당한 것이다. 이후 기꼬만은 알코올이 전혀 없는 ‘할랄 인증 글루텐 프리 간장’을 개발해 중동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샘표 정도만이 알코올 무첨가 간장을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약 2조달러(약 2800조원)에 달한다. 연평균 9%대 성장이 예상된다. 중동 시장은 K소스의 다음 무대로 꼽히지만, 동시에 가장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시장이기도 하다.

K소스가 세계 시장에서 케첩이나 마요네즈처럼 보편적인 조미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이 일식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체계적으로 협력했던 것처럼, 한식도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민간은 현지 소비자와 문화에 맞춘 제품 개발에 힘쓰고, 정부는 할랄 인증과 같은 제도적 기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맛의 한류’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뿌리내리려면, 선수(民)와 감독(官)이 호흡을 맞춰야 한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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