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선언’ 채택에는 성공했지만
WTO 정신은 장관급 성명에 포함
세계 자국우선주의 기조 지속 전망
WTO 정신은 장관급 성명에 포함
세계 자국우선주의 기조 지속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오후 경주 보문단지 내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공동선언인 ‘경주선언’이 채택됐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며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일 채택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최종 결과물인 ‘경주선언’에 다자무역을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문구가 빠지면서 앞으로도 미국발 전 세계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지속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 보문단지 내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향한 APEC의 중장기 미래 청사진, 그리고 아태 지역 회복과 성장을 위한 회원 간 협력 의지를 포함한 경주선언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경주선언에는 ‘자유무역’이라는 표현이 간접적으로 담겼지만 소다자주의를 지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1개 회원 정상은 경주선언에서 “글로벌 무역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한다”며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의제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시장 주도적인 방식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상선언에 통상 포함됐던 WTO와 다자주의 지지를 확인하는 직접적인 표현은 경주선언에는 없었다. 조 바이든 전임 미국 행정부 시기인 2021~2024년 APEC 정상선언에는 모두 ‘WTO가 그 핵심을 이루는 규칙 기반의 다자 간 무역 체제’를 지지한다는 표현이 있다.
미국 측의 입김이 반영된 결과다. 소식통에 따르면 문안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자유무역과 다자무역체제가 연상되는 표현을 공동선언에서 빼자고 요구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 국가에 관세를 매기면서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설득은 이날 오전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미국의 양보는 없었던 모양새다.
정상선언에 포함되지 못한 WTO와 다자주의 지지 메시지는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AMM) 공동성명에 담겼다. 장관들은 1일 채택한 공동성명에 “우리는 무역 현안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WTO에서 합의된 규범이 글로벌 무역 촉진의 핵심임을 인식한다”며 “우리는 WTO 내에서 오늘날의 무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AMM 공동성명에 담긴 WTO 지지 표현 수위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과 비교하면 후퇴했다. ‘WTO가 핵심인 규칙 기반 다자 무역체제를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WTO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정도로만 표현됐다.
나아가 WTO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장관들은 “WTO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오늘날의 현실에 보다 적합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의미있고 필수적이며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전통한복 목도리를 하고 단체 기념촬영을 하며 정상들과 인사하고 있다. 목도리에는 APEC 정상회의 엠블럼과 한글 자음 모음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뒷줄 오른쪽부터 린신이 대만 타이와니아 캐피털 회장, 마르셀로 루이스 에브라르드 카사우본 멕시코 경제부 장관, 테레사 메라 고메스 페루 통상관광부 장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알렉세이 오베르축 러시아 부총리, 존 로쏘 파푸아뉴기니 부총리, 존리 홍콩 행정장관. /2025.11.01[경주/김호영기자] |
APEC 최초 문화산업 교류 활성화 명시
경주선언에는 APEC 정상 공동선언 최초로 ‘문화창조산업’이 명시됐다. 21개 회원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우리는 문화창조산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회원국 간 인적 교류를 촉진하며,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하는 데 있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한다”며 “APEC 회원간 문화창조산업에 관한 대화와 협력이 역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임을 주목한다”고 밝혔다.대통령실은 우리 ‘K-컬처’가 아태지역 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두고도 21개 회원들 사이 갑론을박이 있었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콘텐츠 표절 등이 자주 발생하는 데 대해 미국 측의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정상들은 “문화창조산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인식하면서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정상들은 경주선언과 함께 ‘APEC AI 이니셔티브’와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AI 이니셔티브에 대해 “역내 모든 회원들이 AI 전환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한 여러 정책 방향을 담았다”며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과 민간·정부·학계 등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촉진하고 AI 인프라 투자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PEC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에 대한 공동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에 대해서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APEC 회원들의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며 “회복력 있는 사회를 위한 경제 시스템 구축, 기술 혁신을 통한 보건 및 돌봄서비스 강화, 미래 노동 수요에 대응하는 인적자원 개발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정책방향과 협력 방향들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APEC 최초로 인구구조 변화를 공동 핵심과제로 인식하고 정책 비전과 협력 방안은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경주=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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