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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쿠키, 겨울에 더 살찌는 느낌? 착각 아닌 사실!

동아일보 박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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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과자나 쿠키, 케이크, 헴버거 등 가공식품을 겨울에 먹으면 다른 계절에 비해 체중이 더 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연구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의 포화지방·불포화지방 조성과 우리 몸의 생체 시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과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뱔표했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식물의 지방 신호
자연에서 식물은 계절에 따라 지방의 조성이 달라진다. 여름에는 포화지방을 더 많이 만들어 동물들이 겨울철에 대비해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유도한다. 반대로 가을과 겨울이 되면 불포화지방이 많아져, 섭취한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몸을 준비시킨다. 연구진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변화가 몸의 생체 시계와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포화지방, PER2 단백질과 체중 저장
연구진은 PER2라는 단백질이 체내 에너지 대사와 일주기 리듬을 조절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1년 이후 과학자들은 PER2가 일주기 리듬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PER2가 섭취한 음식의 지방 조성을 읽어 계절을 판단하고 몸에 에너지를 저장할지 소모할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PER2가 “지금은 여름”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몸은 에너지를 저장한다. 반대로 불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PER2가 ‘지금은 겨울’이라는 신호를 전달해 몸이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한다.

동물 실험으로 확인한 계절 신호 혼란
연구진은 계절 변화를 모사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조명 시간을 계절에 맞춰 조절했는데, 춘·추분 모사 시 낮 12시간/밤 12시간, 여름은 낮 20시간/밤 4시간, 겨울은 낮 4시간/밤 20시간을 적용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정상 식단을 먹은 쥐는 긴 겨울밤, 어둠이 찾아오자 바로 활동을 시작하며 겨울 환경에 적응했다. 쥐는 야행성이라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숨어 있거나 휴식을 취한다.


반면 고지방 식단, 특히 가공식품에 흔히 사용하는 수소화 지방(식물성 기름 같은 불포화 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해 인공적으로 포화 상태를 만든 것)이 풍부한 식단을 먹은 쥐는 긴 겨울밤 어둠이 깔린 뒤에도 한참 동안 무기력한 상태로 있다 뒤늦게 정상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내부 생체 시계가 계절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수소화 지방(정확히는 완전 경화유)이 풍부한 식품을 간식으로 먹으면 몸에서 ‘여름’이라고 오인해 지방 저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중 포화지방 섭취하는 인간 건강에 주는 시사점
인간은 수렵·채집과 농경 생활 등을 거치며 계절마다 식량 구성과 공급 변화가 큰 환경에서 진화해 왔다. 먹을 것이 풍부한 여름에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에는 저장한 에너지를 활용하도록 몸이 설계되어 있다. 이건 다른 포유류도 마찬가지다. 곰의 겨울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현대인은 연중 비슷한 식단과 가공식품 섭취로 내부 시계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계절 불일치(seasonal misalignment)’라 부르며, 수면 장애, 비만, 당뇨,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UCSF의 신경학자 댄 레빈 박사는 “겨울철 한 조각의 간식이 몸의 생체 시계를 속여 여름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다음 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몸을 유도할 수 있다”며, 겨울철 포화지방 섭취를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겨울에 포화지방을 많이 함유한 간식을 먹으면, 몸은 “지금이 여름인가?”라고 착각, 더 많이 먹어도 된다고 잘못 판단함으로써 과식을 유도해 살이 찔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계절에 따라 칼로리를 섭취하고 저장하도록 몸이 설계되었지만, 연중 일정한 고지방 식단과 가공식품을 접하게 된 현대의 환경이 그 균형을 깨뜨릴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과제
연구진은 PER2 단백질을 활용한 생체 시계 조절 및 비만 예방법을 찾으려 한다. 만약 PER2 단백질을 조작할 방법을 알아낸다면, 교대 근무자의 생체 리듬을 재조정하고, 시차 적응을 도우며, 심지어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개입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손: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bm1463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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