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영 기자]
"깐부치킨 정말 맛있더군요. 친구들과 함께 치맥을 즐겼는데, 한국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3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서밋 특별 세션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첫 마디는 '깐부'와 '치맥'이었다. 15년 만에 이뤄진 공식 방한 기간 중 황 CEO는 가는 곳마다 특유의 유쾌한 화법으로 두 단어를 먼저 꺼내놨다.
깐부는 '게임에서 같은 편을 먹는 친구'를 뜻한다. 젠슨 황은 한국과 깐부를 맺기 위해 첨단 GPU 26만장을 들고 왔다. 이 칩으로 이 땅에 '지능'을 생산하는 'AI 팩토리'를 짓고,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피지컬 AI'로 제조업을 혁신한다는 목표다.
31일 경주 APEC CEO 서밋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깐부치킨 정말 맛있더군요. 친구들과 함께 치맥을 즐겼는데, 한국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3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서밋 특별 세션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첫 마디는 '깐부'와 '치맥'이었다. 15년 만에 이뤄진 공식 방한 기간 중 황 CEO는 가는 곳마다 특유의 유쾌한 화법으로 두 단어를 먼저 꺼내놨다.
깐부는 '게임에서 같은 편을 먹는 친구'를 뜻한다. 젠슨 황은 한국과 깐부를 맺기 위해 첨단 GPU 26만장을 들고 왔다. 이 칩으로 이 땅에 '지능'을 생산하는 'AI 팩토리'를 짓고,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피지컬 AI'로 제조업을 혁신한다는 목표다.
인공지능(AI)이 모든 걸 변화시키는 시대, 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깐부를 맺은 한국은 세계의 'AI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31일 경주 APEC CEO 서밋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15년 만에 찾아 온 젠슨 황의 선물 'GPU 26만장'
지난 30일, 젠슨 황 CEO가 모습을 드러낸 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깐부치킨'이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소맥'(소주+맥주)을 마시며 러브샷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대중 앞에 보여줬다. 시민들에게 김밥을 건내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사인을 해주는, 슈퍼스타 같은 모습도 여전했다.
황 CEO의 한국 방문은 공식적으로 2000년 이후 15년 만이다. 15년 전 그는 게임용 그래픽카드 '지포스'를 들고 왔으나, 이번 방한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가속기 '블랙웰'로 바뀌었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5조달러를 돌파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바뀐 것도 차이점이다.
젠슨 황 CEO가 기자들에게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젠슨 황 CEO는 나눠주길 좋아해 보였다. 바쁜 일정으로 식사를 걸렀는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태프에게 간식거리를 요청했다. 그는 간담회 도중 먹고 있던 과자를 앞에 있던 기자들에게 서스럼없이 건냈다. 전일 열린 '지포스 게이밍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관중들에게 선물을 더 줄 수 있냐며 묻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국에 26만장의 GPU 공급이라는 선물 꾸러미를 가져왔다.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이 각 5만장, 네이버가 6만장을 확보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5만장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국내 GPU 보유량은 30만장 이상으로 5배 가량 늘어난다. GPU 숫자는 AI 경쟁력과 직결된다. 그간 세계 선두권 AI 역량에도 불구하고 GPU 부족으로 시름하던 국내 AI 생태계는 단번에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했다.
31일 경주 APEC CEO 서밋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피지컬 AI' 동반자로 한국 낙점
황 CEO는 방한 기간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과 면담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일 '치맥 회동'에 이어 APEC 현장에서도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친구' '형제'라고 표현하며 긴밀한 우정을 과시했다.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치지직 |
황 CEO가 이처럼 국내 기업들과 스킨십에 나선 건 그들이 바라보는 다음 AI 패러다임인 '피지컬 AI'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란 디지털 영역을 넘어 실제 현실 세계와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AI가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기술을 말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을 떠올리면 된다. 황 CEO는 큰 무대에서 여러 번 로봇들과 함께 등장하며 피지컬 AI 시대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의 디지털 역량과 제조 역량을 결합하면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된다는 게 황 CEO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은 소프트웨어, 과학기술,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고, 이를 결합하면 로보틱스를 활용할 최고의 기회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우리는 공장 전체가 로봇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공장 내에서 로봇이 로봇을 조율하고, 자율주행차 같은 로봇 제품을 만드는 것이 AI의 미래이며, 이는 한국에게 매우 놀라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팩토리'로 산업 혁신...반도체 산업 호재도
젠슨 황과 깐부가 된 국내 기업들은 공급 받은 GPU로 'AI 팩토리'를 짓고 각 산업 영역에 특화된 AI 인프라를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AI 팩토리'를, SK그룹은 '제조 AI 클라우드'를,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AI 팩토리'를, 네이버는 '피지컬 AI 플랫폼'을 각각 구축하기로 했다. 각 사는 이런 인프라를 외부로 개방해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방침이다.
31일 경주 APEC CEO 서밋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AI 3강'을 향한 한국 정부의 지향점도 뚜렷해졌다. 고유의 AI 역량을 결집한 '소버린 AI'를 구축하고, 이를 첨단 제조업과 결합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런 역량을 외부로 확장하면 이재명 정부의 '아태 AI 허브' 구상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황 CEO는 낙관했다. 또한 황 CEO는 이런 AI 융합이 제조 인력 부족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이 엔비디아와 밀접한 파트너사들은 당장의 수혜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내년 차세대 GPU '루빈' 출시를 앞두고 있고, 여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 'HBM4'가 탑재될 예정이다. 양 사는 현재 엔비디아에 샘플을 보내고 퀄 테스트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들 기업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HBM4 샘플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한국은 메모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며 "메모리 기술의 미래를 발전시키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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