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황제' 젠슨 황이 울린 골든벨…韓, 글로벌 AI 중심에 섰다

"한국은 AI 프론티어…소프트웨어·제조·AI 갖춘 유일한 나라"
이재명 "AI 테스트베드로 도약"…기술 자립 비전 제시
삼성·SK 등에 GPU 26만개 공급…확장된 엔비디아 협력 지도

AI 황제가 한국을 향해 '골든벨'을 울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은 AI 주권국가, AI 프론티어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제조·로봇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기술 동맹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모두가 골든벨을 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화답하면서 경주는 단숨에 글로벌 AI 협력의 중심 무대로 부상했다.

"AI 혁명 중심은 한국"…경주서 울린 '기회의 종'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세션에서 황 CEO는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제조·AI 세 가지 핵심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춘 나라는 드물다"며 "한국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보유한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제조 경쟁력을 결합하면 로보틱스의 활용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공장이 디지털화되고 있고 슈퍼컴퓨터가 구축되고 있다"며 "공장 전체가 로봇으로 구동되고 로봇이 인간과 함께 일하며 또 다른 로봇을 조작하는 것이 AI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변화가 한국 산업에 막대한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그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한 접견 자리에서도 "한국은 AI 혁명 중심에 설 자격이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대성공을 거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골든벨을 받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전날 황 CEO가 서울 '깐부치킨'에서 이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을 즐긴 것을 언급하며 "치킨집에서 치킨 드시는 걸 온 국민이 지켜봤다. 골든벨까지 울리셨더라"고 농담을 건네자, 황 CEO는 "다음엔 대통령도 함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황 CEO는 엔비디아의 뿌리를 회상하며 "엔비디아의 첫 번째 비즈니스는 PC 그래픽과 게임이었다. 지금의 모든 기술은 거기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e스포츠의 산지이자 엔비디아의 성장 동반자"라고 표현하며 "이제 AI라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출발점에서 다시 손잡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가진 기술 감각과 실행력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얼리어답터가 많고 열정과 지혜가 뛰어난 나라"라며 젠슨 황 CEO가 한국을 AI 시대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AI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 보고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치킨회동을 앞두고 젠슨 황 CEO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영상=강민경 기자

깜짝 놀랄 선물상자 속엔 'AI 동맹'

앞서 이날 황 CEO는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한국 주요 기업에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Blackwell)' 26만개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K·현대차에 각각 5만개씩, 네이버에 6만개, 정부에 5만개를 공급해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과 '소버린 AI' 구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반도체 생산 효율화와 생성형 AI 반도체 협력, SK는 제조 AI 클라우드 및 옴니버스 플랫폼 구축, 현대차는 자율주행·로봇 융합 AI 개발을 각각 추진한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과 엔비디아는 25년 넘게 함께 일해왔다"며 "생성형 AI·반도체·AI 팩토리·로보틱스·신약개발·슈퍼컴퓨터 등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SK는 엔비디아와 최고의 파트너로서 제조 AI를 추진 중"이라며 "옴니버스 툴을 제조 AI에 적극 활용하고 스타트업들이 산업 혁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황 CEO는 최 회장과 별도의 '스탠딩 미팅'을 갖고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Spark)'를 선물했다. 황 CEO는 전날 서울에서 이재용·정의선 회장에게도 같은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삼성과 SK는 선의의 경쟁 관계로 HBM 공급이 없었다면 AI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눈부시게 성장했고 그 중심엔 두 기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제조 기반이 있다"며 "삼성·SK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15년 만의 방한을 마친 그는 "한국과 엔비디아의 다음 행보는 모든 산업 분야를 향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경주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APEC CEO 서밋'에는 세계 각국 정상과 글로벌 CEO 1700여 명이 참석했다. AI·에너지·모빌리티·K컬처 등 20개 세션이 사흘간 이어졌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삼성·현대차·LG·SK·롯데·포스코 등 주요 그룹 총수와 황 CEO, 맷 가먼 AWS CEO 등 글로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서밋은 기술 경쟁을 넘어 연대와 협력, 인류의 미래를 향한 'AI 연합' 출발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AI 질서 속 한국의 존재감이 한층 뚜렷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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