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4개월간 수사·재판을 거부하며 구치소에서 두문불출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내란 재판’에 이어 31일 ‘체포 방해 재판’에 잇따라 출석하면서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이날 오전 10시15분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5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이어 이틀 연속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재판에서 “재판장님, 제가 체력이 닿는 데까지 나오겠다. 건강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제가 도저히 못 나오는 상황이 되면 미리 말씀드리고 그날은 스킵하더라도 웬만하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서…”라며 향후 재판 출석의 의지를 보였다. 앞서 특검팀에 재구속된 지난 7월부터 줄곧 수사·재판을 보이콧했던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태세 전환이다.
윤 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꾼 데에는 유·무죄를 가를 주요 증인들의 신문이 예고되면서 직접 법정에 나서겠다는 본인 뜻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내란 재판에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곽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재판에서 일관되게 증언해온 핵심 증인이고, 윤 전 대통령은 전날 곽 전 사령관과 국회 계엄군 투입 목적 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날 재판에서도 지난 1월 대통령실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당시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현장을 총괄한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전 차장의 증언은 특검팀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차장은 비화폰 삭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고,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부연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 배경에는, 내란 재판부가 예고한 1심 선고 시점이 임박하면서 재판 불출석에 따른 불이익 여지를 최대한 줄이고 적극적인 법정 발언으로 우호적인 장외 여론을 끌어내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10일 내란 특검팀에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이 끝나는 시점은 내년 1월9일이다. 이를 의식한 듯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지귀연 재판장은 지난 9월 “올 12월까지 내란 재판의 심리를 마칠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 만료일 전에는 선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 재판장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 없이 궐석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인은 불출석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출석을 독려했는데, 윤 전 대통령으로서는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를 자극해서 도움될 게 없다는 계산을 했음 직하다. 내란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고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쪽은 앞으로 본인 재판에 모두 출석하겠다는 태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전 대통령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윤 전 대통령은 건강이 허락되는 범위에서 주요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있을 시 출석한다는 입장이나, 앞으로 ‘모든 재판에 대해 적극 대응 방침’이라거나 ‘모든 재판에 출석한다’는 것을 현재 시점에서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유동적인 사안이라는 점 양해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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