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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핵추진잠수함, 강대국 환상에 취한 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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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의 전략핵잠수함 미시간호가 2023년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전략핵잠수함 미시간호가 2023년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


군사전문가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히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우리가 얻는 것은 체면이고, 잃는 것은 돈·시간·외교적 자율성”이라며 “그것은 강대국의 환상에 취한 ‘국가적 허영’일 뿐”이라고 31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진정한 자주는 ‘핵잠수함 보유국’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기술 주권과 전략적 판단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은 인공지능, 무인체계, 데이터 융합을 기반으로 한 ‘킬웹(K-Kill Web)’ 전략(적의 핵·미사일 체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전략)”이라며 “이는 소수의 고가 자산이 아닌 다수의 스마트한 소형 무인체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분산형 전력 구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해군조차 ‘분산된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 개념으로 거대한 항공모함 중심 체계에서 탈피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거꾸로 과거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회귀하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핵잠수함 한 척의 건조비용은 약 2조 원, 하루 운용비는 23억 원에 이른다”며 “반면 이 예산으로 수백 대의 무인잠수정(UUV)을 확보하면, 서해·동해 전역을 감시하고 실시간 대응 가능한 전술적 지능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의 현실적 위협은 심해가 아니라 연안”이라며 “북한의 소형 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플랫폼, 기뢰전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거대한 핵잠수함이 아니라 민첩한 무인체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21세기의 전쟁은 속도와 네트워크의 싸움”이라며 “더 이상 거대한 철의 괴물 한 척이 바다를 지배하지 않는다. 분산된 센서, 인공지능, 무인체계의 연결망이 바다를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대국 흉내에 현혹되지 말라”며 “핵잠수함 프로그램은 재정·정치·산업 모든 면에서 ‘능력 함정(Capability Trap)’이 된다. 척당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도 단 한 척만 운용할 수 있고, 이마저도 수년간의 건조와 협정 개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잠수함을 보유했다고 해서 전략적 지위가 오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동북아 군비경쟁의 불씨를 키운다”며 “북한은 이미 핵잠수함 개발에 착수했다고 공언했고, 중국은 즉각적인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 작전 환경은 미국이나 영국, 심해를 활동 무대로 삼는 대양 해군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 구역은 수심이 얕고 소음이 심한 서해와 동해 연안”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길이 100m가 넘는 핵잠수함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며 탐지 위험이 큰 ‘과잉 전력’이다. 여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현실적 위협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이 건조돼야 한다고 한 말을 언급하며 “핵연료는 미국의 고농축 우라늄(HEU)에 의존해야 하고, 건조 기술과 유지·보수도 미국 조선산업 통제 아래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의 주권적 방위산업이 미국의 산업정책 하청 체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핵잠수함을 얻기 위해 연료를 구걸하는 순간, 우리는 독립적 방위정책의 기조를 스스로 무너뜨리게 된다”며 “‘자주국방’은 핵잠수함의 연료봉이 아니라 기술과 전략의 자율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핵잠수함은 국가의 자존심을 세울지 모르지만, 킬웹은 국가의 생존을 지킨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강대국 흉내가 아니라 한국형 전략의 성숙”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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