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한국경제학회장이 29일 서울 중구의 한 컨퍼런스하우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북이십일 제공] |
2026 한국경제 대전망 / 이근 외 34인 공저 /21세기북스 |
“내년 한국 경제는 금융과 부동산은 온기가 도는 상황이 유지되지만, 실물경제는 약한 괴리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속 전 세계가 격랑에 휩쓸린 가운데,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겸 중앙대 석학교수를 만났다. 해마다 한국 경제전망을 내놓는 그는 29일 오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성장률 하락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로 꼽으며 효율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잠재성장률 못 미치는 성장률…노동·투자 등 정공법 필요=이 교수는 정부가 임기 말까지 잠재성장률을 현재 2%에서 3%까지 올리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지만, 잠재성장률은 차지하더라도 실제 성장률마저 잠재성장률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 1%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정부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하지만 효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당장 성장률을 높이려면 고용률을 높이고 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독일의 노동시장 유연화나 미국의 기업 소득세 감면 같은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대해선 미국의 대규모 관세 외에 다른 나라의 보복관세는 별로 없어 일단 미국이 이득을 보고 다른 나라가 희생하는 상황으로 굳어가고 있다고 봤다. 경제학자들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최적 관세율을 20% 내외로 보는데, 그 수준으로 수렴해 정착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한국만 특별히 더 악화된 상황은 아니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0% 정도면 다른 나라와 비슷하고, 일부 동남아국가보다는 오히려 낮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한미 정상회담 후 한미 상호관세는 15%를 유지하고,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됐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은 미국에 투자를 이미 많이 해서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은 큰 타격이 없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에 물량을 주면 한국이 공동화돼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지방의 공동화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권역별 특화는 N분의 1로 큰 도시와 작은 도시를 똑같이 지원하면 정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쓰인다”며 “거점도시에 좀 더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중소도시가 주변으로 가는 식으로 해야 효율성이 나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출생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출산·육아 지원 강화와 여성 고용 참여 ▷디지털화·자동화를 통한 노동력 부족 보완 ▷외국인 노동자 참여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 한국의 대응은 “크게 보면 아직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이 맞다”고 말했다. 경제에서 미국의 비중이 커지고 중국은 탈 투자가 일어났지만, 중국 내수 겨냥은 힘들더라도 중국 내 생산과 연구·개발(R&D) 시스템 등을 활용해 제3국 시장에 진출하는 사업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 상승 등 금융시장에 대한 낙관은 한국의 펀더멘털이 좋아서라기보다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는 예상에 따라 미국 투자자가 비달러권 투자를 늘린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의 기회가 제조업과 문화산업에 있다고 봤다. 그는 “제조업은 새로운 선도 사업을 창출해 온 능력이 있다. 과거 자동차, 철강, 정보기술(IT), 코로나 이후 바이오에 이어 최근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발전)’이 다시 떴다”며 다만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문화산업에 대해서도 “K-컬처의 인기가 일시적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이제 그 단계는 넘어서고 어느 정도 안정적 위치에서 모멘텀을 확보한 것 같다”며 “갑자기 확 수그러지지는 않고 더 커지거나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6 한국경제 ‘파용운란·천붕유혈’=한편 이 교수가 이끄는 경제추격연구소는 이같은 한국경제 전망을 담은 ‘2026 한국경제 대전망’을 출간한다. 대표 편집을 맡은 오철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컨퍼런스하우스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17 한국경제 대전망’ 이후 10번째 책”이라며 “저자 수가 올해는 35명까지 늘어났다. 여러 학자들이 모여 사명감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격변의 시대를 ‘파용운란(波涌雲亂)’, ‘천붕유혈(天崩有穴)’이란 키워드로 표현했다. ‘물결이 거세게 솟구치고 구름이 어지러운 혼돈의 국면이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고사처럼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공존한다는 것이다.
책은 AI와 지정학, 산업과 자산시장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며 파도를 넘어설 길을 모색한다.
먼저 이 교수는 “경제추격지수 발표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의 규모가 2021년 76.8%에서 2025년 63%로 추락했다”며 “2030년까지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향후 20년내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 대비 80%로 반등하더라도 양강 구도가 되고,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한다면 3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교수는 또 한국은 10대 강국이었다가 지난해 10위권 아래로 떨어진 점을 볼 때 한국 경제의 하락세를 극복하는 것은 장기적 도전 과제라고 짚었다.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내년 한국 경제의 변곡점을 가져올 5대 변수로 ▷보호무역주의 ▷스테이블코인 ▷한중 관광 ▷지역(비수도권) 경제 성장 ▷중소기업 성장 등을 꼽았다.
미중 갈등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현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회 요인과 도전 요인이 공존한다”며 “무역분쟁이 계속되면 미국이 중국을 막아줘서 중국산 대신 미국에 들어가는 수출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활로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급망은 중국과 많이 엮여 있는데, 미중 분쟁을 중국이 무기화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도전 요인”이라고 봤다.
김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