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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포퓰리즘에 오염된 산업안전

이데일리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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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일벌백계식 제재만능주의, 실질적 안전 시스템은 외면
정부 책임은 시야에서 사라져…이념 아닌 실사구시 절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 교수가 ‘케인스 이후 가장 혁명적인 저작’이라고 평가한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폴 콜리어 교수는 지난 세기의 재앙을 빚은 정치지도자를 두 유형으로 분류했다. 하나는 해법보다는 이념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이념 신봉자이고 다른 하나는 실효성을 생각지 않고 대중영합주의를 팔고 다니는 포퓰리스트다. ‘이념 편향’과 ‘포퓰리즘’이야말로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접근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가 우리 눈앞에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영역이 산업안전이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이념 편향은 거친 법 정책의 개선 없는 일벌백계식의 제재만능주의로 나타나고 있고 포퓰리즘은 표심을 얻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산업안전을 이용하는 방식에서 뚜렷이 보인다. 이 두 가지는 실질적 대책보다는 달콤한 말로 국민을 현혹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제재만능주의와 포퓰리즘의 압권에 해당한다. 종전 대책에 대한 진단과 성찰은 없고 마치 ‘제재 전시장’이라도 차린 듯하다. 제재의 강도뿐만 아니라 종류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방대책은 구색 맞추기 수준에 불과할 뿐 정작 본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에 대해선 눈감고 있다.

산업안전 영역에서 제재만능주의와 포퓰리즘은 교호 작용을 하며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국제적으로 제재만능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치 사조이자 권위주의 정부가 즐겨 쓰는 접근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선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는 진보진영에서 제재만능주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모양새다. 철학과 전문성의 빈곤 속에서 포퓰리즘의 유혹에 굴복한 탓이다.

제재만능주의는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눈감고 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적대성 혐오 발언과 ‘군기 잡기’를 일삼는다. 엄벌을 예방 시스템 개선과 같은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특히 고약하다. 재해는 줄이지 못하고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경제활동을 불필요하게 옥죄는 족쇄로 둔갑할 수 있다.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 중대재해처벌법, 최근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이 그 전형이다.

산업안전은 그 특성상 사이다 발언을 구사하는 포퓰리즘이 통하기 쉽다.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대부분 취약계층인 데다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명분을 앞세워 논리를 만들기 쉽고 초강경 대책일수록 대중의 분노와 응보 감정을 받아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거 제시 없이 사회가 떠안을 비용과 부작용을 개의치 않은 거친 대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 해결보다 감정적 결집을 유도하는 포퓰리즘의 부작용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조장한 겉치레 안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보여주기식으로 근거와 검증 없이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을 2028년까지 3200명이나 늘리겠다는 것이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예다. 지금도 우리나라 행정인력이 근로자 수 대비 미국의 8배, 일본의 5배인 사실과 법제가 조악한 점은 외면하고 우리 사회를 ‘산업안전 경찰국가’로 만들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방만하다고 비판받는 예산을 물량 중심으로 2조원을 훌쩍 넘기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안전을 명분 삼아 미래와 효용성을 희생시키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무모함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콜리어 교수는 분석과 증거에 근거한 실용주의의 차가운 머리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재해 예방 선진국은 공통적으로 이념 편향 정책과 포퓰리즘을 배격하며 예방시스템을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구축하고 정비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약장수 식의 치유책이 아니라 진정성에 바탕을 둔 실사구시야말로 어렵고 힘들더라도 지속 가능한 산업안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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