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서 한 번 정해진 틀을 좀처럼 잘 바꾸지 않는 로버츠 감독이다. 뚝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유연성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런 로버츠 감독이 인정할 정도니 타선 문제가 심각하기는 했다. 두 선수가 문제였다. 1번 오타니 쇼헤이를 앞뒤로 받치는 9번 앤디 파헤스, 그리고 2번 무키 베츠였다. 오타니 앞뒤가 꽉 막혀 있으니 오타니의 폭발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파헤스는 포스트시즌 들어 꾸준히 선발 중견수로 나서고 있으나 타율이 0.080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부진을 보여줬다. 베츠도 영 활약상이 좋지 않았다. 토론토가 3차전에서 오타니를 수차례 고의4구로 거를 정도였다. ‘오거베’에 자존심이 상할 법했지만, 베츠도 못 치니 토론토의 전략은 명분을 얻었다.
결국 로버츠 감독은 파헤스를 4차전 선발에서 제외하고, 베츠를 3번으로 내리는 대신 윌 스미스를 2번으로 넣었다. 그런데 파헤스를 공백을 다른 이들이 잘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메웠다. 파헤스가 중견수를 보고 있으니 파헤스를 바꾸려면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들어가야 한다. 토미 에드먼이나 김혜성과 같은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김혜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거의 모든 포지션을 다 볼 수 있다. 올해도 1루수·3루수·좌익수·2루수·중견수로 출전했고 심지어 투수로도 꽤 재능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유격수와 우익수도 본 경험이 제법 많았다. 포수를 시켜도 잘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리고 그런 에르난데스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 게 바로 다저스 시절이었다.
에르난데스는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보스턴으로 이적했으나 2023년 다시 다저스로 돌아왔고, 2024년 1년을 더 뛰었다. 그리고 1년 계약이 만료돼 팀을 떠나는 듯했다. 다저스는 그 사이 차세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기대를 건 김혜성과 계약했고, 김혜성이 에르난데스의 몫을 어느 정도 대체하는 듯했다. 주전 2루수인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하며 김혜성의 자리를 열어주기도 했다.
에르난데스는 대표적인 ‘가을 사나이’ 이기도 하다. 에르난데스는 올해 정규시즌 92경기에서 타율 0.203, 출루율 0.255로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가을이 되니 또 펄펄 난다. 올해 포스트시즌 15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273, 1홈런, 7타점에 여러 수비 포지션을 소화하며 로버츠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에르난데스가 이 가을 기억을 발판 삼아 또 재계약에 성공할 시나리오다. 다저스는 이미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를 방출했다. 에드먼과 김혜성이 있기는 하지만 내·외야에 코너까지 소화가 가능한 에르난데스는 1년 정도 더 데리고 있기에 좋은 선수다.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 그렇게 비싸지 않으며, 단기 계약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에르난데스가 남으면 김혜성의 출전 기회는 계속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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