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핵심 증언을 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30일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윤 전 대통령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넉 달 만에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국회에 투입된 군이 “질서 유지와 시민 안전 확보 차원 아니었느냐”며 ‘경고성 계엄’ 주장을 반복하자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라는 말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이날 진행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 26차 공판에는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계엄 당일 특전사 부대원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출동시켰고,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안 가결을 막기 위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핵심 증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재구속된 이후 내란 재판에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16회 연속 안 나오다 이날은 출석했다. 오전 10시15분 재판이 개정하자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황토색 서류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들어온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턱을 괴고 증인 쪽을 바라보거나, 옆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와 귓속말을 속닥거리며 미소짓기도 했다.
검찰의 주신문이 약 5시간 만에 끝난 뒤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의 말을 끊고 나설만큼 적극적으로 신문에 참여했다. 곽 전 사령관을 향해 “국회라는 데가 어마어마하게 넓은데 그 당시 국회의사당 앞 마당에 70여명, 본관 건물 안으로 10여명이 들어갔다. 그때 사람들이 특전사한테 달려들어서 총을 뺏으려고 하고, 그래서 군인들이 폭행도 당하고 했다”면서 “현장에서 ‘민간인 충돌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으니까 특전사들이 그 상황에서 (진압하지 않고) 도망다니고, 멱살잡이해도 당하고만 있고 그런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거점 확보라는 것도 다 그 맥락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그건 맥락이 다르다.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이 국회에 진입한 건 건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이후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5명이 모인 저녁 자리 이후 계엄과 관련된 상황을 짐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피고인으로부터 ‘비상대권’ ‘특별한 조치’라는 말을 들었나”라는 질문에 “명확히 어느 시점이었는지는 특정하지 못하지만, 그런 내용의 얘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12월1일 국회, 중앙선관위,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 6개 장소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김 전 장관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특히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분명히 있었다고 재차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이후 두 번 통화를 했는데, 이것도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 같다. 지금도 TV를 보면 생각나고 자면서도 생각이 난다”고 울먹거리며 말문을 연 그는 “대통령이 12월4일 0시 30분경 전화를 했을 때 TV를 통해 국회의사당과 의원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때 전화로 의결 정족수를 얘기하면서,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끌어내라’는 지시를 분명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걸 어떻게 잊는가. 이게 시간이 간다고 잊히는 게 아니다. 숨긴다고 될 것도 아니고, 사실대로 정확히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사전에 계엄을 암시하는 얘기를 들었다면 상식적으로 계엄 주무 부서인 국방부 장관에게 규모나 구체적인 임무에 대해 물어야되는 게 아니냐”며 “이게 어떤 계엄인지, ‘정말 확 엎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물어볼 궁금증이 안 생겼냐”고 했다. 당시 상황이 전시·교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데, 군을 움직이는 특전사령관으로서 계엄 선포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냐는 취지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솔직히 제가 되묻고 싶은 부분”이라며 “평상시라면 될 상황도 아니고, 될 수도 없으니 김 전 장관에게 ‘안됩니다’ 하고 반대하는 과정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관련 얘기가 나오길래 전방에 뭔가 다른 게 있나 하다가 결국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개 장소 확보) 임무를 받았을 때도 시간이 충분했다면 토론 과정이 더 있었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며 “제 머릿속으로 인식만 했지 김 전 장관이 상세한 내용을 일절 말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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