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군 장동면에 있는 반계사는 정경달 선생과 이순신 장군 등 6위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전남도 제공 |
조선 시대 호국공신을 모신 사당 반계사가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다.
반계사 재정비 추진위원회는 31일 오후 2시 반계사(장동면 원촌길 40) ‘임진왜란 공신 이순신·정경달·임영립 선생 배향 유형문화유산 지정 고유제’를 봉행한다고 30일 밝혔다. 고유제는 문중에 의미 있는 일이 생겼을 때 조상에게 고하는 의례다. 추진위 쪽은 “이번 고유제는 지난 7월 전라남도에서 반계사를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을 기념해 그 뜻을 후세에 잇고 애국충절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자리”라고 밝혔다.
장흥 출신인 반곡 정경달(1542~1602)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공신이다. 문과에 급제해서 경북 선산 부사로 부임한 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을 모아 왜군 수백명을 참수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충무공 이순신은 그 소식을 듣고 정경달을 종사관으로 발탁했다. ‘접반사’로 명나라 군대를 맞이해 전장에 안내하는 외교적 역할도 수행했던 반곡은 충무공이 누명을 쓰고 투옥되자 “유능한 장군을 죽이면 국운이 위태롭다”고 선조에게 직간했을 정도로 성품이 강직했다.
‘반곡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 등과 함께 임진왜란 연구에 매우 중요한 1차 기록물로 꼽힌다. 난중일기는 해전 중심인데, 반곡 난중일기는 1592∼98년 약 7년 동안 걸친 육지 전황 기록이 담겨 ‘육상 난중일기’로도 불린다. 또 명군 장수들과의 외교적 마찰, 군량미 공급의 어려움, 명군의 태도와 동향 등이 세밀하게 담겨 있다. 강진 유배 중 ‘반곡집’을 편찬한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위기 속에서도 지방관의 본분을 지킨 반곡”이라고 평가했다.
전남 보성군 회천면 봉서동길 36-8 봉강 정해룡 선생의 고택. 전남도 제공 |
반계사는 1714년 영광 정(丁)씨 문중이 건립한 사당이다. 반곡 선생과 정인걸·정명렬·정남일 등 영광 정씨 4인과 이순신 장군, 임영립 장군 등 6위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문중에선 1868년 훼철됐던 반계사를 1957년부터 순차적으로 재건했다. 1988년 반계사 소장품 ‘난중일기’, ‘진법’ 등 유물 5종 8점이 도 문화재로 지정됐고, 지난 7월 반계사가 유형문화유산에 포함됐다.
전남도 쪽은 “이번에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큰 반계사 사당(40㎡)을 포함해, 유형문화유산 명칭을 ‘반계사와 소장 유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진택 명창이 창작 단가 ‘반계사가’를 선보인다. 행사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함세웅 신부(정의구현사제단 고문), 김학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김태일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이사장,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곽병찬 전 한겨레 대기자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정경달 장군의 13세손 봉강 정해룡(1913~1969) 선생의 고택도 지난달 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됐다. 400년 전 보성군 회천면 봉강리에 터를 잡아 15대를 이어 살아온 봉강 고택(2005년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261호 지정)은 항일교육운동과 통일 운동의 거점 역할을 했다. 이상석 전라남도 학예연구사는 “봉강 고택은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이 지나면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유형문화유산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봉강 선생은 1937년 무상교육기관인 양정원을 설립해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해방 직후 노속 17가족에게 헐값으로 땅을 넘겨주고, 혁신계 정치 활동과 통일운동을 하다 두차례 투옥당했다. 봉강의 집안은 6촌 이내 친족 8명이 한국전쟁과 여순사건 때 희생됐고, 30여명이 옥고를 치렀다. 동경제대 대학원 출신으로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했던 봉강의 동생 정해진은 월북해 대남선전부 부부장을 지냈다. 이후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1981년)으로 봉강의 사남 춘상은 사형을 당했고 육남 길상은 7년 반 동안 투옥됐다.
봉강 정해룡 선생의 육남 정길상씨. 한겨레 자료사진 |
거북정으로 불리는 봉강 고택을 찾은 문화유산위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폐족의 위기를 맞아 선대를 잊지 말라는 의미로 가계도를 그린 8쪽짜리 병풍”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또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아라’(물위역사죄인·勿爲歷史罪人)는 가훈이 담긴 액자도 살폈다. 정길상(79)씨는 “분단시대 이데올로기의 격랑 속에서 멸문지화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반계사와 고택이 공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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