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도 흉터의 일종이지만 일반 흉터와 달리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배꼽 모양을 평생 유지시켜주는 배꼽 아래의 원통형 조직이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
배꼽은 엄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생명줄 노릇을 하던 탯줄이 우리 몸에 남긴 흔적이다. 아기가 태어난 뒤 잘라낸 탯줄의 끝부분 조직이 말라 떨어져 나가면서 배꼽을 남긴다. 일종의 흉터다. 따라서 배꼽에 생리적 기능은 없다. 오히려 힘을 가하면 안에 있는 장기가 밖을 향해 돌출되는 탈장을 유발할 수 있는 취약 부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바로 이 점 때문에 복강경 수술시 카메라나 기구의 출입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람의 복부는 바깥에서부터 피부, 피하지방, 복벽(근육), 근막, 복막외 지방, 복막, 복강(장기가 있는 공간) 순으로 겹겹이 장기를 보호하는 다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배의 중앙 부위엔 좌우 복직근(식스팩 근육)을 이어주고 복부 전체 근육을 하나로 묶어주는 세로줄의 ‘백선’이란 콜라겐 조직이 있다. 이음새 역할을 하는 만큼 백선에 필요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균열이 생기면서 장기가 밖을 향해 돌출될 위험이 있다. ‘배꼽 빠지게 웃었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웃을 때 배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을 다소 과장했을 뿐, 과학적 근거가 있는 표현이다.
출생아의 약 90%는 가운데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오목형 배꼽이다. 바깥으로 조금 튀어나온 볼록형은 신생아 시기에 복벽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배꼽 탈장 등이 원인이 돼 생긴 것으로 본다.
배꼽과 배꼽을 감싸고 있는 원통형 구조. 도쿄과학대 제공 |
평생 사라지지 않는 흉터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자국이 메꿔져 점차 사라지는 일반적인 흉터와 달리, 배꼽은 평생 그대로 유지된다. 이유가 뭘까? 무엇이 배꼽을 움푹 들어간 구조로 만드는 걸까?
일본 도쿄과학대 연구진이 그동안 인체 해부학에서 소홀하게 취급했던 배꼽 구조의 비밀을 파헤친 연구 결과를 사전출판논문 공유집 리서치스퀘어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배꼽 형태가 평생 변하지 않는 것은, 복벽 내의 특수한 섬유조직이 이를 단단히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우선 기증받은 시신 5구의 배꼽과 그 주변 조직을 상세히 살펴봤다. 배꼽 2개는 육안으로 전체 구조를 들여다봤고, 2개는 현미경으로 배꼽을 이루는 조직을 정밀하게 조사했다. 나머지 1개는 배꼽을 얇게 잘라 입체 모델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배꼽집의 3차원 구조도. 도쿄과학대 제공 |
텐트를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밧줄 비슷
연구진은 분석을 종합한 결과, 배꼽 피부 바로 아래 쪽에서 배꼽 고리(umbilical ring)를 따라 진피층까지 수직으로 뻗은 원통 모양의 콜라겐 섬유 조직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를 배꼽집(umbilical sheath, 또는 제대초)이라고 명명했다.
원통 속은 지방으로 채워져 있었고, 지방을 제거하자 탯줄이었던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분석 결과 이 지방은 피하 지방이 아니라 장기를 감싸고 있는 복막외 지방(extraperitoneal fat) 중 일부가 백선의 틈을 비집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원통형 구조가 진피를 복벽의 안쪽 근막층에 연결함으로써 배꼽의 오목한 형태(concavity)를 유지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텐트를 안쪽으로 잡아당겨주는 밧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는 그러나 불과 5명을 대상으로 한 데다, 이들의 평균 나이가 77.4살 고령이고 형태도 오목형뿐이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배꼽의 구조를 일반화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대의 미셸 모스코바 여구는 "이번 연구가 더 안전한 복강경 수술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Why is the Umbilicus Concave? A Histological and Three-Dimensional Anatomical Study Revealing the “umbilical sheath”
https://doi.org/10.21203/rs.3.rs-7514267/v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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