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죽으면 신장 받기로 '계약 결혼' 시한부 여성…둘 다 생존, 중국 환호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요독증과 싸우던 중국 북서부의 한 여성이 암 환자와 결혼했다. 암 환자가 사망하면 신장을 주는 조건으로 남편의 치료 기간 동안 간호해 주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두 사람이 나누었던 유머와 낙관적인 분위기는 예상치 못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언론에서 감동적인 암 생존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2014년 사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중국 잡지 '결혼과 가족'에 따르면 산시성 출신의 24세 왕샤오 씨는 요독증 진단을 받고 신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친척 중에 적합한 기증자가 없자 절박해진 왕 씨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녀는 동료 환자의 제안에 따라 암 지원 단체에 결혼 광고를 올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신장을 기증받을 수 있도록 자신과 결혼해 줄 말기 환자 남성을 찾았다.

왕 씨는 광고에 "결혼 후에도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돌보겠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저는 그저 살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적었다.

며칠 후 27세 위 젠핑 씨가 답장을 보냈다. 그의 혈액형은 왕 씨와 일치했다. 위 씨는 골수종으로 투병 중이었는데 여러 번 재발한 상태였다.

한때 사업 관리자였던 그는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집을 팔았다. 그는 오로지 약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었다.

2013년 7월, 두 사람은 조용히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결혼 사실을 비밀로 하고 각자의 재정을 관리하기로 했으며, 위 씨가 세상을 떠난 후 신장 하나를 왕 씨에게 기증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왕 씨는 위 씨의 치료 기간 동안 그를 돌보고 사후에는 아버지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준비로 시작된 관계는 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그들은 매일 소통하며 건강과 삶에 대한 최신 소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왕 씨의 장난기 넘치는 성격은 종종 위 씨를 웃게 했고, 그녀의 낙관적인 태도는 위 씨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위 씨를 위해 국을 끓이기 시작했고, 위 씨는 모든 치료 과정에 동행했다.

위 씨의 골수 이식 비용을 마련해 주기로 결심한 왕 씨는 거리 가판대에서 꽃다발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녀는 꽃 옆에 카드를 놓고 꽃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많은 손님과 지역 상점 주인들까지 모여들었다.

그녀는 판매와 저축을 통해 50만 위안(약 1억 102만 원)을 모았고 이는 유 씨의 수술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했다.

2014년 6월 위 씨의 상태는 안정됐고 왕 씨의 건강도 호전됐다. 투석 횟수는 일주일에 두 번에서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었고 의사들은 그녀에게 더 이상 이식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5년 2월 두 사람은 사랑과 건강을 되찾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역 식당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후 영화 '비바 라 비다'로 각색돼 2024년 중국에서 개봉돼 2억 7600만 위안(약 557억 69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두 사람은 산시성 시안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용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접한 한 누리꾼은 "절망에서 시작된 결혼이 사랑의 기적으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ro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