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 건물 외관. /한국벤처투자 제공 |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8일 16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모태펀드 존속기간 영구화를 노리는 한국벤처투자가 정부 직속 공사 전환 검토에 나섰다. ‘국가(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벤처투자’로 이어지는 중층적 지배구조를 넘어 정부가 직접 주주인 안정적 운용구조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특히 한국벤처투자는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와 유사한 구조를 검토, 근거 법률 제정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정적 운용이라는 명분 아래 기관 존속을 영구화하려는 조직 보존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장기적으로 정부가 직접 출자하는 공사형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표를 구상했다. 아울러 별도의 근거 법률 제정 방식과 최대주주 전환 방안 등 구체적 실행 로드맵 검토까지 진행했다.
이 같은 공사 전환 구상은 한국벤처투자가 최근 발간한 내부 보고서 ‘벤처생태계 발전을 위한 모태펀드 개선 전략 수립’에 담겼다. 앞서 지난 5월 진행한 ‘벤처투자법 법령 개정 및 법제화’의 용역 결과물로, 법무법인 미션이 목적형 연구로 수행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2005년 출발했다.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황무지가 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 도입된 모태펀드 운용사로, 정부 부처의 출자금을 벤처투자펀드에 투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용역 보고서에는 한국벤처투자 공사화의 근거로 정책펀드 일원화 정책에 대한 실질적 수행력 강화, 모태펀드의 안정적 운용구조 확립, 벤처금융 시장의 윤리성 제고와 시장 감시 기능 강화, 우수한 인력의 원활한 확보 등이 제시됐다.
특히 한국벤처투자는 현재 모태펀드 출자기관인 정부 부처 이탈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기관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지만, 실제 지배주주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인 탓에 모태펀드 운용 수익이 출자기관으로 환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는 실제 “모태펀드에는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이 출자하지만, 배당은 1인 주주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만 이루어져 출자 부처는 수익을 취하지 못한다”면서 “정부 부처들이 각자 독립적인 정책 모펀드를 설립·운영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벤처투자는 보고서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포괄적인 중소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한국벤처투자는 벤처투자 촉진이라는 특화된 정책 목표를 수행하므로 주된 사업 목적이 다르다며 기존 공공기관과의 기능 중복도 적다고 주장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공사로 전환해 정부가 직접 주주로서 권리를 가지고 배당 수익을 취하면, 이를 벤처기업 관련 정책 재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정책펀드 일원화 정책의 실질적인 수행력도 강화할 수 있다며 별도의 근거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부펀드로서의 확장 가능성도 담겼다. 한국투자공사와 같은 형태를 노리는 것으로 보고서에는 “국부펀드는 정부가 운영하며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펀드로, 모태펀드와는 구분되지만 벤처투자를 통해 국가 자산 증대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는 또 모태펀드의 존속기간(현행 2035년 만료)을 ‘영구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2005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근거로 설립된 모태펀드가 민간 모험자본 시장으로의 역할 이전을 목표로 30년의 한시적 역할만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한국벤처투자는 현재 “벤처투자 시장에서 정책펀드의 기능은 여전히 필수적이며, 존속기간을 삭제하거나 반복 연장을 통해 사실상의 영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태펀드가 사라질 경우 한국벤처투자도 존속하기 어려운 구조임이 고려됐다.
업계에서는 한국벤처투자가 정책적 요청에 따라 설계된 연구를 활용, 기관 영속을 노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독과 출자권의 일원화를 명분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회사 지위를 벗어나 정부 직속 공공기관으로 승격을 노린다는 것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벤처투자는 꾸준히 현재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벤처투자 시장의 큰손 역할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면서 “공사 전환은 한국벤처투자가 가장 원하는 숙원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벤처투자 측은 “국가(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벤처투자로 이어지는 중층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용역을 진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공사 전환은 용역에서 나온 대안일 뿐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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