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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납품하면 차익"…군인 사칭 사기극[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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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16)
"군 납품 차익" 달콤한 미끼 던져
전기드릴 상담→전투식량 거래 제안
신뢰 쌓아 6명 상대 8174만원 편취
[편집자 주]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기 범죄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기의 종류와 수법 등도 다양하면서 검(檢)·경(警)의 대응도 임계치에 다다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사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 확대 차원에서 과거 사기 범죄 사건을 재조명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꼬꼬사)’를 연재합니다. 사기 범죄의 유형과 수법 그리고 처벌에 이르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약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사진=챗GPT 달리

사진=챗GPT 달리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강원도에서 공구유통업을 운영하는 F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2025년 2월 12일 오후 3시,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32사단 98보병연대 제4대대 중사 D입니다. 부대에서 사용할 전기드릴을 구입하려고 하는데요, 견적서 좀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또렷한 목소리, 구체적인 소속 부대명, 그리고 공손한 말투. F씨는 의심 없이 카카오톡으로 견적서를 보냈다. 이후 5일간, 그들은 공구 구입에 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D중사는 성실한 고객이었다.

5일 만에 뒤집힌 판

닷새 뒤인 2월 17일 오전,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더 큰 ‘기회’를 가져왔다.

“F씨, 사실 부대에서 전투식량을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데요. 민간인이 구매하면 군부대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제가 알려드리는 ‘주식회사 E유통’에서 전투식량을 구매하신 후 우리 부대에 공급해주시면, 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겠습니다. 중간 차액은 F씨 이익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F씨의 머릿속에서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차액을 남길 수 있다면…’ 게다가 지난 5일간 성실하게 상담했던 그 군인이 아닌가. F씨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곧바로 ‘주식회사 E유통 과장’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해왔다.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주문 절차를 안내했다. “대금을 보내주시면 바로 전투식량을 발송하겠습니다.”

사라진 690만원, 그리고 연쇄 피해

F씨는 2월 17일 낮 12시 29분부터 오후 2시 17분 사이, A씨 명의 계좌로 690만원을 송금했다. 전투식량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화는 먹통이었고, 카카오톡 메시지는 읽히지 않았다.

F씨만이 아니었다. 같은 수법으로 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총 피해액은 무려 8174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속았다. 먼저 공구나 물품 상담으로 신뢰를 쌓은 뒤 ‘군부대 납품’이라는 미끼로 거액을 편취했다.


3단계 현금 세탁 시스템

이 조직의 범행은 치밀했다. 피해금이 입금된 A씨의 계좌에서 현금이 인출되면, 즉시 B씨 명의 계좌로 분산 이체됐다. 다시 현금으로 인출된 돈은 C씨에게 전달됐고, C씨는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지인 C씨로부터 “계좌로 돈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인출해서 전달만 해주면 수고비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가담했다. 인출 한도 문제가 생기자 A씨는 다시 지인 B씨를 끌어들였다. C씨는 텔레그램 ‘블랙리스트 소통방’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돼 있었다. 특히 C씨는 사기죄 외에도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추가 처벌받았다. C씨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1566만원을 자신의 계좌를 통해 조직 계좌로 송금하며 범죄수익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택성 부장판사는 지난달 A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를 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실제 취득한 이득도 편취금액에 비해 크지 않다”며 집행유예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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