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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트럼프' 다카이치, 한일관계에 어떤 파장 일으킬까?

머니투데이 후쿠오카(일본)=조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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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인터뷰]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야심가 다카이치, 단명 총리 피하려 승부수 띄울 것"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키플랫폼'(K.E.Y. PLATFORM)이 변화의 방향을 읽는 열쇠가 되어줄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자신의 '롤 모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8일 일본 현지에서 만난다. 그가 총리에 취임한 지 1주일 만에 첫 만남이다.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그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외교'로 우정을 쌓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계승자라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첫 전화 통화 후 "아베는 위대한 인물이었고 다카이치는 그의 좋은 친구"라고 호감을 드러냈다.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조우는 우리에게도 매우 큰 관심사다. 미일 관계, 한미 관계, 한일 관계, 한미일 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최근 국제 외교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다카이치 총리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가 한미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치 전문가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인물론적으로 접근해 강력한 권력의지로 끝내 총리직에 오른 그가 언제가 결국은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총재 임기 2년 안에 중의원 해산의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극우 성향에 대한 우려가 큰 것에 대해 "그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계승하겠다고 자임하더라도 지금은 아베 전 총리 재임 시절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정치 환경이라 그때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한일관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가 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양국에 동시에 어려움을 주면서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 함께 협력해 이 난관을 극복해 보자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일 학계 교류 차원에서 일본 후쿠오카시 소재 규슈대학교 한국연구센터(센터장 이즈미 카오루 교수)에 방문한 최 연구위원을 만나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분석을 비롯해 한일관계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도쿄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5.10.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도쿄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5.10.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로이터=뉴스1) 김지완 기자




다카이치는 어떤 인물인가

-다카이치 총리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를 할 것으로 보는가.

▶그가 총리가 되기까지의 경위 그리고 일본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볼 필요가 있다. 아베 이후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들을 지나오면서 자민당이 상당히 달라진 부분이 있다. '리버럴'(자유주의) 성향의 인사들이 자민당의 중심에 서면서 강성보수였던 아베의 색깔이 옅어지고 자민당의 보수 정체성이 흔들렸다.

2024년 총재 선거 당시 약 105만명 수준이었던 자민당 당원·당우 수는 2025년 선거에서 약 91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런 당원 수 급감 등이 자민당 정치인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줬다. 지난 4일 총재 선거에서 다수의 예상과 달리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당시 농림수산상)이 아닌 당원들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다카이치가 총재로 당선된 것은 그런 위기의식의 발로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총리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던 인물이다. 2021년과 2024년, 두 번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해 총재로 당선됐지만 중·참의원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에서 총리가 되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었다.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26년간의 연정에서 이탈하자 그는 일본유신회와 손잡으며 자민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조건들까지 받아들였다. 그런 것을 보면 이 사람의 야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총리직에 오래 있고 싶을 것이다. 기시다, 이시바 등 전 총리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할 것이다. 특히, 당내 야당이라 불리던 이시바 전 총리가 실제로 총리가 되고 나서는 자기 색깔을 보이지 않았던 게 결국 총리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던 점을 고려하면 다카이치 총리는 어느 순간에는 자기 색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민당의 원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지지층을 지키는 길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단명 총리로 끝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장에는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내 정치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직 임기는 보통의 3년이 아닌 이시바 전 총리의 잔여 임기 2년에 불과하다. 그로서는 짧은 2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은 이념적인 면보다는 정책에서 승부수를 걸 것 같다. 그래야 중도층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존 지지층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색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떠한 승부수들이 예상되는가.

▶일본 총리는 중의원 해산권이 있다. 다가올 중의원 선거는 2028년인데 그 전에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난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즉 2년 안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에서 압승해 장기집권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총재는 3년 임기를 최장 3연임 할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6번의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기존 지지층을 지키고 동시에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실력으로 변화를 보여줘야 되는데 그게 바로 정책일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선거(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 잃어버린 의석들을 찾아오면 다카이치 총리는 굉장히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현재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당장 승부수를 띄우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 지형 자체가 자민당에 유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본 최초 여성 총리', '여자 아베'가 대표적인 수식어인데 다카이치 총리는 어떤 인물인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일본의 정치사관학교로 불리는 마쓰시타정경숙을 나와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일본 특유의 세습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가문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여성'임을 강조하거나 '여성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 활동을 해 온 것도 아니다.

그러나 총리가 되는데에는 여성인 부분도 작용했다. '일본에서도 이제 첫번째 여성 총리가 나올 때가 됐다'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세대교체론도 높아 40대 고이즈미 방위상이나 50대에 막 접어든 고바야시 다카유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그 흐름을 탔다. 변화와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맞물리면서 강한 일본을 주장한 다카이치 총리의 목소리가 통했다. 스가, 기시다, 이시바 전 총리들을 거치면서 약해진 일본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일성이 결국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2일(현지시간) 일본 의원들이 춘계 예대제를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고 있다. 2025.04.2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2일(현지시간) 일본 의원들이 춘계 예대제를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고 있다. 2025.04.2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다카이치가 한국에 도발한다면?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기 때문에 국내에선 우려가 큰데.

▶2018년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비행 사건, 2019년 일본발(發) 수출규제 사태 등이 있었던 아베 전 총리 때와 지금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다. 그때와는 국제정세와 한일관계가 다르다. 뿐만 아니라 그때의 아베 내각은 구조적으로 강한 자민당과 아베파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파벌이 있었다. 지금의 다카이치 총리(총재)의 자민당은 의회 의석수가 그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자기 세력도 약하다. 국제정세, 국내정치의 구조와 환경을 비롯해 인물까지 많은 것들이 다르다.

그동안 일본의 외교에서 한국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점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 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일 세 나라가 잘 지내자는 거였는데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양국 모두에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잘 지내야 된다'라고 하는 게 최근 일본의 시각이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매우 크다. 전에는 한미일이 함께 중국이나 북한에 대응을 하는 틀이었지만, 지금은 '트럼프가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해, 근데 이 얘기를 우리가 누구랑 하겠어, 우리 둘은 서로 잘 알잖아' 이런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가 돼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중요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한일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미국에 가기 전 일본을 먼저 방문했던 것도 미국에 함께 대응하고 싶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도 미국이 더이상 한국과 일본의 우산이 되어주지 않을 때 한일은 어떻게 힘을 합쳐야 하는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23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전후로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의지 하에 한일관계가 개선됐다면 지금은 정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다카이치 정권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독도 망언 등 도발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원론적으로 수위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정도로 말할 수밖에 없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예방외교다. 총리는 물론이고, 국무대신 등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한일관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다카이치 총리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국내용이라 하더라도 그 말이 그대로 한국에 전해진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중을 기하도록 해서 발생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일본이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는가.

▶일본이 한국에 대한 공격이나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등의 우려가 제기되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그러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이 침략을 받으면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개입한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다. 자신의 동맹국(미국)의 동맹국(한국)을 공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비합리적이다. 또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는 전력제공자 역할을 한다. 이때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이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일본의 한국 공격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같아 구조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 22일 일본 후쿠오카대학에 방문해 이 학교 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함께 촬영한 사진 /사진제공=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교수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 22일 일본 후쿠오카대학에 방문해 이 학교 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함께 촬영한 사진 /사진제공=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교수




"관심에서 이해로 넘어가야 한일관계 개선 가능해"

-이재명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재명 정부의 현재 기조는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일 간의 긴 역사와 향후 관계를 고려할 때 전략적으로 할말은 하고 짚을 것은 짚을 필요가 있다. 과거사 문제가 한일관계 전체를 뒤덮으면 안되겠지만 분명히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잊혀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문제제기는 필요하다. 양국이 함께 처한 어려운 문제를 같이 잘 협력하고 극복하자고 얘기하면서, 동시에 과거사 문제 등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도 양국이 함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8월 이 대통령의 일본 첫 방문이 첫 단추를 끼우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 자리에서 당장의 해결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쟁점들이 있다는 점과 이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의지는 분명히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정상 간의 만남은 그러한 메시지를 조율하고 방향성을 공유할 때 더욱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비교적 우호적이고 역사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이시바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조차 그 문제를 꺼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어떤 일본 총리가 등장하든 그와 같은 대화의 '창'(窓)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당시의 기회를 그대로 보내버린 것은 전략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큰 손실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반문하고 싶다. 그럼 언제가 적기인가. 정상은 즐겁고 쉬운 이야기만을 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치 지도자의 결단과 전략적인 접근, 그리고 외교적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어려운 문제를 외면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언젠가 다시 돌아오며 그때는 더 나쁜 조건 속에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속 있는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한다. 대립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한일 간에 과거사 문제로 어려움이 있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협력에 기반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 발신은 꼭 필요하다.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일본이 소홀히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을 위해 우리 정부가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당사자들의 권익을 지켜주는 것도 국익이자 실용이다.

-정부 외교뿐만 아니라 민간 외교도 한일관계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민간 교류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민간을 이을 수 있는 전문가, 오피니언 리더들 간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양국 교류의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key person), 기관 등이 체계적으로 교류하고 그 안에서 차세대 전문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면 좋겠다.

학계 교류도 중요한데 이번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방문한 규슈대학교 한국연구센터처럼 일본 각 지역에서 거점 역할을 하는 한국 연구기관과의 교류는 큰 의미가 있다. 규슈 지역은 한국 연구자들이 함께 하는 모임(규슈 한국연구자 포럼)도 있을 정도로 한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에 지한파(知韓派)를 많이 만드는 것이 좋은 전략이지 않을까.

▶중요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간단한 얘기는 아니다. 학계만 하더라도 일본의 대학교·대학원 진학률 자체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한반도, 그중에 한국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인재들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핵심그룹을 타게팅 할 필요가 있다. 문화 교류 행사도 좋지만 행사만 할 게 아니라 한국을 깊이 연구하는 학생들, 실제로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 실제로 현지에 가서 공부할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 등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래 핵심산업으로 AI(인공지능), 과학기술 등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사회를 이해하는 기저에는 인문·사회 연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 쪽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일본은 공공외교를 잘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지만 이것도 불과 최근 2~3년에 불과하다. 지난 30여년 간 한국의 대일호감도는 '긍정'이 '부정'을 넘어선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수십년 동안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공공외교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교류의 양적 증가는 이루었을지만 질적 향상은 이루지 못했다. 일본은 대한(對韓) 공공외교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 젊은층의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아졌다고 해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렇다. 이번에 후쿠오카대학의 오가타 요시히로 교수 소개로 이 학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의 문화, 사회문제 등에 호감이 많았다. 만나본 20여명의 20대 초반 학생들 중 한국에 방문해 본 적이 없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을 좋아했다.

사실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한일은 10~20대 젊은 층이 서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는 찾기 힘든 매우 훌륭한 자산이다. 그러나 한국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많지만 한국을 잘 아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 '관심'에서 '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기성세대들의 역할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가는 개인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인데 개인적 차원에서 형성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왜 국가적 차원으로 올라가면 연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 왜 개인의 인식이 국가 차원의 인식과 다를까 하는 의문이 내 일본 연구의 시작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서로 잘 이해하는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 이들이 고국에서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와 균형 잡힌 분석을 발신하고 제공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언어를 전달하는 '번역자'(translator)가 아닌 그 사회의 맥락과 문화, 사고의 기저를 이해하고 설명해낼 수 있는 '해석자'(interpreter)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후쿠오카(일본)=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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