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법원행정처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정청래 대표가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사법부 신뢰 회복과 사법 행정 정상화 TF’ 구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비공개 사전 최고위에서 “(법원행정처 폐지 후)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앞서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법원이 너무 폐쇄적”이라며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수직화돼 있는 (법원의) 인사·행정을 좀 더 민주화하는 것도 당·정·대 조율을 거쳐 토론해볼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문제 제기 하루 만에 실행 조치를 취한 것이다.
법원의 인사·행정을 총괄하며 대법원장의 참모 조직 성격을 띠는 법원행정처가 법관 독립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은 2018년 사법농단 의혹 사건 때부터 민주당에서 나왔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 진보 성향 법관들이 행정처를 장악한 뒤 자취를 감췄었다. 민주당의 법원행정처 폐지 거론은 대법원장의 인사권 제한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정치평론가는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무위에 그치자, 민주당이 법원 권력 해체를 위한 플랜B를 가동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대통령 재판중지법’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용민 의원이 전날 의총에서 “사법부와 검찰이 어떻게 할지 모르니 불안 요소들은 사전에 없애는 게 맞다”는 취지로 말한 게 시작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법부가) ‘당신들이 사법부 개혁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럼 대통령 법적으로 끌고 가서 유죄 때려버릴 수도 있다’고 하는 거 아니냐”며 강성 지지층을 자극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은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이 받던 형사재판은 재임 기간 중 중지해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못 박는 내용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이 법안을 단독 처리했지만 본회의 처리 직전 멈춰섰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을 법원이 스스로 중지한 데다 이 대통령이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중을 전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날 당 지도부 관계자는 “바로 다음 본회의에 올릴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얘기다.
불과 일주일 전 당내 ‘6대 사법개혁안’을 발표한 민주당이 일주일 만에 반(反)사법부 어젠다를 추가한 것은 지난 20일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이 직접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 법원장은 당시 법사위 국정감사에 나와 “이재명 정부 임기 중에도 언제든지 (이 대통령) 재판 기일을 잡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주 발칙한 발언”이라며 “야당과 법원이 대통령 재판을 겁박 도구로 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이 당내에 “대통령을 날리겠다는 거냐”는 격앙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직접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박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이 불을 떼주니 물이 끓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 대통령의 중지된 재판을 재개하라는 요구가 있고 이에 대해 법원이 유보적 입장을 밝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식 ‘사법 개혁’ 과제가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한때 재판소원제 도입에 유보적이던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사개특위의 6대 의제에 재판소원법까지 더한 “사법개혁 7대 개혁 과제”를 강조했다. 이날 법사위 소속 박균택 의원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 결정 과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구속영장 국민참여심사제도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다만, 민주당 소속 한 법사위원은 “법원을 어떻게 행정처 없이 운영하겠느냐”며 신중론을 폈다.
국민의힘은 재판중지법에 비판을 집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오직 한 사람, 이 대통령을 위한 이재명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사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만약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통과시킨다면 그 즉시 이재명 정권이 중지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일당 독재의 수단을 통해 강행하려 하면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한·조수빈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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