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장기전 무게, 韓 정부 "속도전보다 원칙론"
안보는 진전, 통상 줄다리기… APEC서 '일괄 타결' 미지수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뉴시스 |
한미 관세협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른다. 지난 7월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괄타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정부 내부에서 "쉽지 않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동남아시아 국가와 무역협정을 마무리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정부는 '경제적 합리성' 등을 강조하면서 속도전보다 원칙론에 무게를 두며 버틴다.
◇"타결임박 vs 모든 게 쟁점"
한미 관세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은 분명하다. 쟁점은 펀드의 △현금투자 비중 △투자기간 △수익배분 방식 등으로 정리됐다. 이견도 좁혀졌다. 한미간 막판 협상을 통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한 것도 일정수준 진전을 토대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 성격도 없지 않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은 물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요구와 한국의 양보 사이 간극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장기전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타결)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린 후 인사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
◇일본 이어 아세안 국가와 협상 마무리
시간이 한국편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세계적 관세협상을 일단락짓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에 이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주요국들과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캄보디아가 무역협정을 완료했다. 말레이시아는 기본관세율 19%를 유지하되 특정품목엔 0% 관세적용 가능성을 열어놨다. 캄보디아도 비슷한 조건이다. 태국·베트남은 기본 합의내용을 '프레임워크' 형태로 명문화했다. 태국은 상호관세가 19%, 베트남은 20%다.
한국이 장기 협상국면에 진입하는 동안 주요 교역국들은 한발 앞서 통상질서 재편에 속도를 내는 셈이다.
◇외교·안보협상은 진전…'패키지딜' 가능성 주목
외교·안보분야에선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6일 "우리가 일본 수준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원자력협정이 정상간 큰 틀에서 합의됐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이같은 진전으로 통상과 안보를 묶은 '패키지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국은 △관세+안보패키지 발표 △안보 단독발표 △합의 미공표 3개 시나리오를 두고 협의를 이어간다.
위 실장은 "관세분야에서 공통문서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며 "그게 나오면 (관세·안보 패키지딜이) 다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는 문서작업이 완료될지 모르겠지만 안보분야는 문서가 돼 있다. 공표 여부는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통상당국도 "실무선에서 관세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정해진 것은 없고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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