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6년 만에 일왕 회담…"다시 만나 반가워"

나루히토 일왕, 통역관 없이 영어로 트럼프와 대화…내일은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루히토 일왕이 27일(현지시간) 일본 황궁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로이터=뉴스1

아시아를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일본을 찾아 일왕과 회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일본 내각 2인자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이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 시내를 통해 나루히토 일왕이 있는 황궁으로 이동했다. 도심지 건물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미국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파란색, 흰색 조명을 켰다. 일본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을 향해 환영 인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6시30분쯤 황궁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만났다. 두 사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6월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방문했고, 나루히토 일왕 내외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국빈으로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과 다시 만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다. 나루히토 일왕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영어로 "다시 만나 반갑다"며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통역관 없이 영어로 대화했다.

두 사람 회담은 35분쯤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7시쯤 황궁을 나서며 다시 나루히토 일왕과 악수를 나눴다. 나루히토 일왕은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28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사나에 총리가 지난 21일 총리에 취임하고 일주일 만에 미국, 일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일본 외무성은 트럼프 대통령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을 다시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가까웠던 아베 신조 전 총리 곁에서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 일미지위협정실장을 통역으로 불러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오 실장을 '작은 총리'라 부를 정도로 호감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국에서 관세 협상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야마다 시게오 일본 주미대사가 지난 24일 귀국해 사나에 총리를 위한 브리핑에 참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아베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계승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정상 간 통화에서도 아베 전 총리 이야기를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아베 전 총리가 신경 쓰고 있던 정치인"이라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방문에 대해서는 "멋진 우정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선 "훌륭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베 전 총리의 친구이자 동지였다"고 했다.

28일 정상회담에서는 무역협상과 방위비 인상 문제, 희토류 협력 방안 등 여러 분야 문제가 포괄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일본에서 가장 논란이었던 방위비 문제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비 인상 시점을 앞당겨 협상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방문한다. 다카이치 총리도 동행해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에 함께 탑승할 예정이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국 바깥에 있는 유일한 항공모함 모항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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