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8월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폐기한 것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27일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는 사후 선포문 폐기를 승인한 적 없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를 국무총리 의견에 따라 폐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했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은폐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에 서명했다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이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를 받고 있다. 강 전 실장은 사후 선포문을 작성한 뒤 폐기한 당사자다.
강 전 실장은 작년 12월 5일 김주현 민정수석으로부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튿날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작성된 계엄 선포문을 요청해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副署)한다’고 정한 헌법82조를 찾아본 뒤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강 전 실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12월 8일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나중에 작성된 게 알려지면 괜한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폐기를 요청했다. ‘폐기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들은 얘기가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강 전 실장은 “폐기 과정에서 들은 것은 아니고 12월 말쯤 ‘그 서류가 어딨느냐’고 물어보시기에 ‘총리께서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폐기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를 들은 윤 전 대통령은 “날짜를 사후에 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도 “폐기했으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에게 ‘폐기하라’는 얘기를 듣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승인 받는 절차 없이 폐기했다는 얘기다.
이에 재판부가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를 국무총리 의견에 따라 폐기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되묻자 강 전 실장은 “제가 임의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고 폐기할 때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12월 8일 강 전 실장에게 사후 선포문 폐기를 지시했고, 이틀 뒤인 10일 윤 전 대통령이 이를 보고 받고 ‘총리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며폐기를 최종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강 전 실장도 수사 과정에서는 ‘12월 10일 윤 전 대통령에게 사후 선포문 폐기를 보고한 뒤 폐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문을 사후 작성·폐기한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돼 따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첫 재판에 출석했던 윤 전 대통령은 사후 선포문 폐기를 보고 받거나 승인한 적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강 전 실장이)한덕수 총리가 그렇게 얘기하면 저한테는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동의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