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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구 “사후 계엄선포문 폐기, 윤석열에 사전 보고 안 했다”…진술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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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작성한 사후 계엄선포문을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지시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강 전 실장은 한 전 총리의 지시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승인 이후에 사후 계엄선포문을 폐기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는데,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문 폐기 당시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이다. 다만 사후 계엄선포문 폐기 이후에 윤 전 대통령이 사후 보고는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의 심리로 27일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사건 4차 공판기일에는 강 전 실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앞서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은폐할 목적으로 윤 전 대통령, 강 전 실장과 공모해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한 뒤 이를 다시 폐기했다고 보고 한 전 총리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재판에서 계엄선포문을 사후에 만들어 윤 전 대통령 등의 서명을 받고 이를 다시 폐기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강 전 실장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4∼5일께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듣고 윤 전 대통령 등의 서명이 담긴 계엄선포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후 12월6일께 한 전 총리에게 요청해 비상계엄 당시 작성된 계엄선포문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이를 받아든 강 전 실장은 서명이 없는 선포문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란이 담긴 계엄선포문을 새로 만들었고 여기에 한 전 총리, 김 전 장관, 윤 전 대통령 순으로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은 다음날인 지난해 12월8일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 선포문은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용문서 조작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후 상황에 대해 강 전 실장은 그동안 수사기관 등에서 ‘지난해 12월10일 윤 전 대통령에게도 한 전 총리의 지시사항을 직접 보고한 뒤 문서를 폐기했다’고 진술했다. 강 전 실장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도 이런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냈다.



그러나 강 전 실장은 이날 법정에서 이미 사후 계엄선포문을 폐기한 이후인 지난해 연말 또는 올해 초께 윤 전 대통령에게 사후 계엄선포문 폐기 사실을 보고했고 윤 전 대통령은 ‘(서명을) 사후에 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가 문제가 되나. (선포문을) 폐기했으면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을 바꿨다. 사후 계엄선포문 폐기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보고나 승인이 없었다는 취지다. 재판부가 “대통령까지 서명한 문서를 총리 의견에 따라 폐기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되물었지만 강 전 실장은 “(사후 계엄선포문을) 임의적으로 만든 거라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및 폐기 의혹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도 다른 재판부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첫 재판에서 “(강 전 실장이) 12월7일에 (계엄선포문에) 서명하러(서명받으러) 왔길래 사후 문서를 국방부 담당자가 작성해서 장관에게 올려야지 부속실장이 작성하면 되냐고 나무랐다”며 “저는 한덕수 총리가 (폐기) 의결을 하면 저한테는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할 거라고 해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시로 계엄선포문이 사후 작성된 것이 아니며, 폐기 역시 한 전 총리의 지시였다는 취지다. 강 전 실장도 윤 전 대통령의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이날 진술을 바꾼 셈이다.



이날 강 전 실장은 ‘사후선포문을 강 전 실장이 폐기한 게 맞는지’를 묻는 말에는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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