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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객석 경계 허문다 … '이머시브 연극' 대세로

매일경제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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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플로이' 공연 중 무대 위에 마련된 함선 구조 내에서 배우들이 식사를 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2025

'디 임플로이' 공연 중 무대 위에 마련된 함선 구조 내에서 배우들이 식사를 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2025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들이 우주 함선을 형상화한 거대 구조물 안팎을 오가며 연기를 펼친다. 관객 또한 무대 위를 배회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배우를 따라 이동하거나 가까이서 관찰하며 극에 참여한다. 배우들은 관객을 조용히 응시하거나 때로는 위협하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지난 26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선보인 폴란드 연극 '디 임플로이(The Employees)'의 공연 풍경이다.

이처럼 관객이 객석을 벗어나 무대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이머시브(Immersive)' 연극이 화제를 모으며 공연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머시브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배우들이 관객 사이로 내려와 춤추고 노래하는가 하면 관객이 무대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지켜보고 때로는 작품 속 특정 역할을 맡기도 한다.

관객을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공연 참여자로 만들어 몰입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 공연계에서는 이머시브 연극 무대가 잇따르고 있다. '슬립 노 모어'가 대표적이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건물 한 층 전체를 무대로 활용해, 관객이 가면을 쓰고 배우들을 따라다니며 각기 다른 장면을 목격하는 형식을 취한다.

서울 중구 '매키탄 호텔'(옛 대한극장)을 통째로 무대로 변환한 '슬립 노 모어 서울'은 객석 없이 약 3시간 동안 7개 층을 누비며 서사를 '개척'하는 방식의 공연이다. 공연 내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관객들은 어디서 무엇을 볼 것인지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공연을 경험하게 된다.

이머시브 형식을 차용한 창작 공연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중순 선보였던 창작 무용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배경으로 관객이 건물 내부를 직접 돌아다니며 민주화 운동의 기억을 체험하는 구조다. 관객들은 잔혹한 고문이 벌어졌던 공간을 무대로 조를 나눠 건물을 오르내리며 조사실, 회의실, 복도 등 5개 공간에서 이곳에 얽힌 기억들을 몸의 언어로 풀어내는 무용수들과 맞닥뜨렸다. 멀리 떨어진 무대가 아니라 지근거리에서 무용수의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생생한 공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극단 역시 청소년극 분야에서 이머시브 형식을 실험한 바 있다. 지난 9월 선보였던 '섬X희곡X집'은 서계동 옛 국립극단 건물을 통째로 활용해 관객이 마당과 옥상·연습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단편 희곡의 세계를 탐색하는 참여형 청소년극이다.


다만 이머시브 연극이 단순한 '귀신의 집'식 체험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형식적 참신함 이상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슬립 노 모어'를 관람한 일부 관객은 "처음에는 돌아다니며 연극을 본다는 것이 신선했지만, 우르르 몰려다니는 통에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몰랐다"며 산만함을 호소했다. 한 공연평론가는 "이머시브 연극은 무대 구조와 서사, 관객의 동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진정한 몰입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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