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 둘레길의 야자매트는 분해되고 합성섬유가 노출돼 산길은 걷기에 위험하고 보기에도 흉물스럽게 방치됐다.(사진=SDG뉴스) |
한국의 산과 강, 하천과 공원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나 갈색의 '야자매트'를 마주친다. 지자체마다 "토양 침식 방지" "보행 안전" "자연친화적"이라는 명분으로 깔아놓은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 매트는 자연을 덮는 보호막이 아니라, 생태계를 질식시키는 플라스틱 천에 불과하다.
■ 겉은 친환경, 속은 플라스틱...야자매트의 그린워싱
야자매트는 코코넛 껍질에서 얻은 섬유(coir)를 엮어 만든 천연 제품처럼 보이지만, 실제 유통 제품 대부분은 합성섬유로 보강된 복합재다. 상·하면을 감싼 망이나 봉제 실에 폴리에스테르,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이 섞여 있다. 천연섬유는 몇 달이면 분해되지만, 이 합성섬유는 수십 년간 썩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친환경 매트'는 흙으로 돌아가는 대신 미세플라스틱으로 흩어져 토양과 하천, 강바닥에 침적된다.
이는 SDG 15(육상생태계 보호)와 SDG 14(해양 생태계 보전)을 동시에 위배하는 행위다. 지자체가 친환경을 내세워 깔아놓은 매트가, 결과적으로 토양 미생물을 질식시키고 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변해버린 셈이다.
국립현충원 둘레길의 야자매트의 미세플라스틱이 노출돼 있다.(사진=SDG뉴스) |
■ 숨이 막히는 산과 땅...야자매트의 생태적 피해
야자매트는 땅을 덮는 순간부터 자연의 순환을 끊는다. ▲토양 호흡 저해 : 흙이 숨 쉬지 못한다. 매트 아래 공극이 막히며 미생물과 지렁이, 곤충의 서식환경이 사라진다. ▲씨앗 발아 방해 : 햇빛과 수분 유입이 제한돼 토착식물의 자연발아가 어렵다. 외래종만 틈을 타 번성하기도 한다. ▲야생동물 피해 : 노출된 합성망에 새·고라니·두더지 등이 걸려 죽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다. ▲수질 오염 확산 : 비나 홍수 시 마모된 섬유 "각이 하천으로 유입돼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을 확산시킨다. ▲경관 파괴 : 몇 년 지나면 매트가 삭고 너덜너덜해져, 보호는커녕 흉물로 남는다. ▲맨발걷기 피해 : 섬유 잔여물인 프라스틱 실 "각 등이 위생문제(발바닥 보호,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습한 상태에 섬유가 눅눅해져 미끄럼 사고 가능성이 증가한다.
"친환경 자재"라는 홍보와 달리, 야자매트는 산의 숨통을 끊고 생명을 가두는 감옥이다.
전국의 산과 강을 야자매트 |
■ 지자체의 책임...행정이 만든 '녹색 쓰레기'
문제는 이 모든 설치가 공공의 이름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산책로, 둘레길, 사면공사, 하천정비 등 거의 모든 환경사업에 야자매트를 예산 항목으로 넣고 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제품 구성서, 분해성 시험, 수거 계획을 명확히 요구하지 않았다.
결국 산과 들에는 수년 전 깔린 매트들이 관리 사각지대에서 썩지 않는 쓰레기로 방치되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4"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회복을 책임져야 할 의무를 명시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는 설치만 하고, 철거·수거는 예산이 없다며 회피한다.
이는 명백히 행정의 직무태만이자, SDG 16(제도와 책임)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야자매트를 허가하고 설치한 지자체는 그 결과에 대한 환경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비온 뒤 국립현충원 둘레길의 야자매트는 습한 상태로 미끄러워 다칠수도 있다.(사진=SDG뉴스) |
■ "회수 없는 친환경은 거짓이다"...금지와 철거의 시대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야자매트는 친환경 자재가 아니라, 잠재적 환경오염물질이다. 천연과 합성섬유가 섞인 복합재를 "자연분해"라고 속이는 행정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다음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전국 야자매트 전수"사 및 수거 명령 ▲합성섬유 혼입 제품의 "달·사용 전면 금지 ▲기존 설치 지자체의 환경복구 의무화 ▲친환경 인증 기준 강화 및 허위표시 처벌제 도입 ▲식생공법·주트망·목재칩 등 생분해 대체재 의무 사용 등 설치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이제는 철거의 시대, 복원의 시대다.
국립현충원 둘레길의 야자매트는 분해되고 합성섬유가 노출돼 산길 걷기에 위험하고 보기에도 흉물스럽게 방치됐다.(사진=SDG뉴스) |
■진짜 친환경은 '덜 깔고, 더 지키는 것'
지속가능발전(SDGs)의 핵심은 "덜 쓰고, 덜 남기는 것"이다.
야자매트를 깔아야 자연을 보호한다는 발상은 이미 시대착오다. 진짜 친환경 행정은 설치를 줄이고, 자연의 회복력을 믿으며,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산을 이렇게 질식시켰는가?
그 답은 분명하다. 허가하고 발주한 바로 그 지자체다. 산을 위한 행정이라면, 이제 야자매트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 매트를 철거·회수해야 한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비로소 "친환경"이라는 말을 다시 믿을 수 있을 것이다.
SDG뉴스 배병호 생물다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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