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의 전국택배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쿠팡 로켓배송의 과로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
쿠팡의 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씨엘에스)가 간접고용한 택배기사가 또다시 업무중 쓰러져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쿠팡 택배기사 고 정슬기씨가 과로로 사망한지 1년여 만에 또다시 과로사 의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12일 경기도 안성시에서 쿠팡씨엘에스 대리점 소속 50대 택배기사(퀵플렉서) ㄱ씨가 배송중 사망한 사건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 노동부가 정혜경 진보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ㄱ씨는 사망 당일 물류창고에서 택배를 차량에 싣는 상차 작업 후 배송을 위해 차량을 운행하던 도중 몸에 이상을 느껴 스스로 119에 신고했다. 이후 평택시에 위치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중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사인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에 따른 병사다. 노동부는 사인으로 지목된 뇌졸중과 심근경색이 업무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인지 그 인과관계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 의원 쪽은 “ㄱ씨가 사망 전 장시간 근로에 시달려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7일 연속 근무하고 하루를 쉬는 일이 자주 있었으며, 하루 노동 시간도 12시간을 웃돌았다고 한다. 한겨레는 ㄱ씨가 소속된 대리점 모벤티스에 사실관계 확인을 거듭 요청했으나 회사 쪽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7일 연속 근무는 쿠팡에서 드물지 않다. 전국택배노조가 쿠팡 퀵플렉서(배달 노동자) 67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은 연속해서 주 7일 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쿠팡씨엘에스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이라 주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법 사각지대에 장시간 노동이 방치돼 있는 모양새다.
ㄱ씨 죽음이 실제 과로사로 인정될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과로사로 인정받으려면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험상 유족급여를 신청하고, 공단 조사 결과 사인과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ㄱ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아직 신청하지 않은 탓에 공단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노동부 조사 과정에서 ㄱ씨의 죽음과 업무상 인과관계가 드러나면 과로사로 인정될 수 있다. 노동부는 아직까지 해당 사건을 수사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노동부 담당자는 한겨레에 “제반 상황을 조사 중”이라고만 말했다.
쿠팡씨엘에스 쪽은 한겨레에 “고인의 안타까운 사망에 대해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이 소속된 위탁배송업체에 확인한 결과, 고인이 병원에서 심장시술을 받기 위해 4시간 이상 대기 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과로사가 아니라 응급 조치 지연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취지다.
한편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과로사가 인정된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례는 없다. 지난해 발생한 고 정슬기씨 사건도 노동부는 아직 수사중이다. 앞으로 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정씨 사건과 함께 나란히 과로사에 따른 중처법 위반 기소 1, 2호 사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