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동 물 건너갔나…"김정은 만나고 싶어" 트럼프에 북한의 대답

[the300]"트럼프, '핵보유국' 인정 응답…북한, 최 외무상의 출국으로 '만족하지 않았다'는 답 보낸 것"

(워싱턴DC AFP=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시아 순방을 위해 출발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거론하며 양국 정상회담의 공을 북한에 건넨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은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출국으로 응수했다. 양측 간 치열한 장외 외교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들(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묻자 "그렇게 하고 싶다. 그(김 위원장)는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 나는 열려 있다"며 "그는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만나는 데에) 100%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연내 회담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이어 백악관은 최근 한국 언론의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전제 없는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종의'(sort of)라는 표현을 덧붙이며 기존의 '뉴클리어 파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하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일부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라는 이야기를 몇차례 했는데, '일종의'라는 표현은 핵보유국으로의 인정 가능성을 아주 배제하지 않는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며 "계속해서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북한에 '공'을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린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5.10.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순방으로 답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최선희 외무상 동지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문 기간과 일정, 의제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9~30일 방한 일정에 앞서 최 외무상의 순방이 이뤄짐으로 인해 양국 정상의 회동 가능성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핵심 수행원인 최 외무상이 자리를 비우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응답에 대해 북한은 최 외무상의 출국을 통해 '만족하지 않았다'는 답을 보낸 것"이라며 "지난 양국 정상의 만남에서도 보면 대통령만 만나선 의미가 없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오는 만큼 카운터 파트인 최선희 외무상이 있어야 말이 된다"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민감한 시기에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내보낸 것은 일관적인 러시아 혈맹 중시 노선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거부를 시사하는 명확한 대미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두 정상의 만남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미 정상 간 만남의 동향을 파악 중이지만, 아직 새롭게 확인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분위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싱가포르 CNA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양 정상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제재도 풀어내고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도 들어가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만큼의 우호적인 미국 대통령을 만날 수 없는 만큼 지금 북한의 행동은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판은 깔려있다"고 평가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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