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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아빠와 연인" 가스라이팅한 무당 이모…조카 숯불 살인의 전말 [사건 플러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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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비로 모자라자 동생 식당 가로채
떠나려는 30대 조카 숯불 피워 살해
증거인멸 시도했지만 CCTV에 찍혀
법원 "전례 없는 잔혹·엽기적 범행"


숯불이 은은히 타오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숯불이 은은히 타오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심모(80)씨는 39년 전인 1986년부터 이른바 신내림을 받은 무당 행세를 했다. 전남 함평군에 있는 신당에서 신도들을 모아 죄를 고백하게 하고 굿을 하는 등 종교적 모임을 가졌다. 일종의 무속신앙 집단을 유지하면서 신도들에게 공양비를 받았다. 4명의 자녀(1남 3녀)와 여동생 A씨, 그리고 A씨의 아들(42)도 그의 신도였다.

신(神)이 빙의된 것처럼 심씨는 "전생을 통해 현실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굿이나 공양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설파하며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했다. 자녀들에게 결혼은 물론 일상적 관계조차 맺지 못하도록 강요하면서 일을 시켜 자신의 대출금을 갚게 했다.

동생 부부 꼬드겨 울릉도로... "조카 잘 보살필게"


25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 법원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2007년부터 인천 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한 친동생 A씨도 가스라이팅 대상이었다. 심씨는 "네 딸이 전생에 아빠와 연인이라 엄마를 원망해 죽이려고 한다. 오빠와도 전생에 연인이었는데, 오빠가 버렸기 때문에 현세에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라고 A씨를 세뇌했다. 딸 B(35)씨의 전생 문제로 다른 가족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지어낸 말에 A씨가 언니 심씨에게 수년간 갖다 바친 공양비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

심씨는 제주도에서 자녀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고 신도들에게 받은 공양비로 대출금 이자를 납부하거나 생계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운영이 더 어려워지고 대출 원금도 16억 원을 초과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자 그는 신도들을 더 옥죘다. 당시 그가 한 달에 내는 대출이자만 800만 원에 이르렀다. 2023년 8월부터 1년간 매달 신당에 모여 종교 의식을 하는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신도들로부터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공양비를 송금받았다. 그럼에도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A씨가 운영하는 식당까지 넘봤다. 그는 A씨에게 "네 딸이 전생에 부친과 연인 관계로 모친을 미워하고 죽이려는 마음이 있어 부모가 식당을 떠나야 한다. 대신 딸은 내가 잘 보살피겠다"고 꼬드겨 울릉도로 이사 가게 했다.

심씨는 상대적으로 빚이 적은 A씨의 딸(B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실소유주는 그였다. B씨에게 요리와 서빙, 매출·매입 관리 업무를, B씨의 오빠이자 A씨 아들에게는 고기 준비 업무를 맡게 했다. 다른 신도들도 식당 일을 도왔다. 그는 B씨에게 식당에서 번 돈을 자신의 계좌로 보내도록 했다. 이 돈은 대출이자나 자녀들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 마이너스 통장 상환 등에 썼다.

반기 든 조카... 위험한 주술 의식 제안



무속 이미지(기사와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무속 이미지(기사와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조카 B씨는 반 년 넘게 힘든 식당 일을 하면서 부모와 연락도 주고 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여름 술을 마시고 식당을 뛰쳐나갔다. 그러나 멀리 가지 못한 채 길거리에 쓰러졌고 오빠 손에 이끌려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야 했다. B씨는 이후 달라졌다. 그해 8월까지 매일 번 돈을 심씨 계좌로 송금했지만 9월 들어서는 돈을 보내지 않고 직접 식당 운영비를 지출하기 시작했다. 반기를 든 것이다.


이에 심씨는 "전생에 아이를 밴 상태에서 자살한 적이 있어 죽은 태아의 혼령이 식당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거나 "모친을 죽이려는 악귀가 들어있는 너(B씨) 때문에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B씨를 몰아세웠다. 지난해 9월 18일 새벽에는 B씨에게 식당에 남아 일을 할 것인지, 외국(일본 도쿄)이나 울릉도로 갈 것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B씨는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가겠다고 했다. 예상과 다른 결정에 심씨는 어쩔 수 없이 신도가 모는 스타렉스를 타고 함께 출발했지만 "네가 동생(A씨)을 죽이려고 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차를 돌렸다. B씨의 노동력과 사업자 명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B씨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던 심씨는 식당을 떠나려는 의지를 꺾기 위해 위험한 주술 의식을 제안했다. 그는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숯을 이용해 몸에서 퇴치하는 의식을 하겠냐"며 "악귀를 제거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철제 구조물에 묶고 대야에 불붙은 숯 담아


심씨는 신도들을 시켜 인근 철물점에서 주술 의식용 철제 구조물을 만들었다. 신도들은 이 구조물을 식당 2층으로 옮겼고, 심씨는 B씨를 구조물 위에 엎드리도록 했다. 이어 신도들에게 B씨의 목과 양팔, 몸통을 철사로 구조물에 묶고 배 아래에 숯이 담긴 대야를 두도록 지시했다. 심씨는 B씨 머리맡의 의자에 앉았다. 신도들은 영업 중인 식당 1층에 있는 손님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대형 합판으로 입구 쪽을 막기도 했다.

심씨는 신도들에게 불이 붙은 숯을 대야에 수차례 추가하도록 했다. 그는 B씨가 숯의 열기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경련을 일으키자 불이 붙지 않은 숯을 입속에 집어넣기도 했다. B씨 입이 벌어져 숯이 바닥에 떨어지자 천을 잘라 재갈을 만들어 묶도록 지시했다. B씨 머리채를 잡은 채 뺨도 수차례 때렸다.

심씨 일당은 의식이 희미해진 B씨에게 더 고통을 가하기 위해 숯이 담긴 대야 밑에 큰 대야를 받쳐 열기가 더욱 몸에 가깝게 했다. 숯이 식으면 숯도 추가했다. 의식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을 때는 B씨의 상의와 속옷을 가위로 잘라 숯불이 맨살에 직접 닿게 했다. B씨는 "뜨겁다. 잘못했습니다"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잔혹한 범행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심씨 일당은 B씨가 완전히 의식을 잃고 상체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119신고를 하지 않은 채 물을 붓거나 생고기를 올려놓는 등 민간요법만 시도했다. 그러다 2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119에 신고를 했는데, 이미 철제 구조물을 해체해 방 안으로 옮긴 뒤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에도 "숯을 쏟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범행 과정은 현장에 있던 폐쇄회로(CC)TV에 촬영됐다는 것을 몰랐다. B씨는 범행 이틀 만인 지난해 9월 20일 오전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결국 숨졌다.

1심 법원 "엽기적 범행" 중형 선고...7명 모두 항소



인천지법 청사 입구의 안내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지법 청사 입구의 안내판.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심씨 일당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죄명을 살인으로 변경해 재판에 넘겼다. 심씨는 수사기관 등에서 "피해자(B씨)의 이상행동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속신앙 집단을 만들거나 신도들을 가스라이팅하고 B씨를 경제적으로 착취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심씨는 동생인 B씨의 어머니에게 "나는 숯을 넣다 뺐다 했는데 애기령 천사들의 날갯짓으로 숯의 열기가 더 세게 들어간 것 같다"고도 했다. B씨 어머니도 법정에서 "피고인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범죄자로 만들어서 미안하다"거나 "피해자(딸)를 도와주려다가 안타깝게 됐다. 벌을 줄 것이라면 나에게 달라"고 진술했다.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심씨 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도 밝혔다.

끝까지 부인했지만 심씨 일당은 1심에서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인천지법 형사16부(부장 윤이진)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심씨에게 검찰 구형과 동일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심씨의 자녀 등 공범 4명에게는 검찰 구형(징역 15~20년)보다 높은 징역 20~25년을,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B씨의 오빠와 사촌 언니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범행 내용과 수법이 잔혹하고 엽기적"이라며 "무엇보다 피해자의 이모(심씨), 사촌 형제들, 친오빠가 이러한 범행을 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중요 증거들을 소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하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피해자 유족의 처벌 불원 의사 표시는 통상적으로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A씨를 향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울릉도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즐거운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죄의식을 갖고 있다거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심씨는 최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심씨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4명, B씨의 오빠와 사촌 언니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1심 양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으나 피고인 7명이 모두 항소해 이 사건의 2심 재판은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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