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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原電 결단 못 하면 AI 100조 예산 바다에 버리는 격

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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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이
중국에 15년 뒤진 이유는
문재인 정권과 같은 길 갔기 때문

이재명 대통령이
김어준 유튜브나 드나들면
한국, 세계의 落伍兵 신세 돼
그제(23일) 오후 7시쯤 조선일보 온라인 뉴스에 ‘고리 원전(原電) 2호기 재(再)가동 결정 또 연기’라는 기사가 톱뉴스로 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설계 수명 40년이 다했다는 이유로 멈춰 세웠던 2호기를 가동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 달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원전 전문가 그룹(KINS)이 2년 반 점검해 재가동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그런데도 원안위 7명 가운데 민주당 추천 위원 1명이 끝내 반대하며 결정을 막았다. 미국·프랑스·일본은 1차 또는 2차 가동 연장을 통해 60~80년까지 원전을 돌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AI 3대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10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야심적 구상은 물거품이 된다. AI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기가 없는데 데이터센터를 지어 어디에 쓰겠는가.

혀를 끌끌 차며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들어갔더니 그쪽 톱뉴스도 공교롭게 원전(原電) 기사였다.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 확보 문제가 세계 산업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신호다. 이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이다. 미래 산업 생태계(生態界)를 미국이 좌우하느냐 중국이 거머쥐느냐는 패권 경쟁이기도 하다. 진보 성향이라 원전에 썩 우호적이지 않던 NYT가 이런 내용을 톱기사로 내보낼 정도이니 미국 사정이 어지간히 급박(急迫)한 모양이다.

NYT 기사 제목은 “중국은 어떻게 원전에서 미국을 앞질렀나(How China Raced Ahead of the U.S. on Nuclear Power)”이지만 기사는 ‘미국이 중국을 다시 따라잡을 수 있을까(Can the U.S. catch up?)’를 고민하는 내용이다.

중국은 전 세계 원전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숫자의 원전을 건설 중이다. 중국 정부가 원전 기업을 직접 경영하듯 하고 있다. 중국은 5년 이내에 원전을 완공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보다 2배 빠른 속도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원전 건설 비용을 2분의 1로 줄였으나 미국은 2배로 불었다. 글을 따라가면 등골이 오싹하다. 미국이 중국에 뒤처진 가장 큰 이유가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한국이 밟아왔던 길이고 이재명 정권이 뒤쫓아 가려는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세계 최초로 가스 냉각 방식의 4세대 원자로 건설에 성공했다. 미국 내부 보고서는 이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10~15년 뒤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원전 산업을 방치한 사이 미국에서 대형 원자로 부품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금속 단조(鍛造) 설비 자체가 모두 사라졌다.


지금 같아선 미국의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는 여러 해가 걸리고 2030년 이전에 신형(新型) 원전을 건설할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에너지 연구소 전문가는 뒤처진 미국 원전 개발 상황을 “하느님, 제발 우리를 구(救)하소서(Oh, God, help us) 하고 외치는 듯하다”고 했다.

이 절망적 상황에서 미국은 다시 일어서려는 저력(底力)을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원전을 보는 눈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클린턴의 부통령이던 앨 고어는 환경보호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고어가 원전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淸淨)에너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고어를 따라 여러 환경 단체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고집 센 트럼프도 석유·가스·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 편중(偏重)에서 원전 쪽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중국은 안전 규제 기관의 승인이 나면 몇 주(週) 안에 공사를 시작한다. 미국은 공사 착공까지 몇 년이 걸린다. 트럼프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규제 완화 압력을 넣고 있다. 구글·아마존·오픈AI 등이 원전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한다. 미국의 뒤늦은 분발(奮發)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처럼 세계 흐름과 거꾸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나카소네는 1982년 11월 27일 일본 총리에 취임했다. 취임 전날 보좌진에게 매일 아침 G7 국가 대표 일간지(日刊紙) 1면 톱기사를 번역해 총리 책상 위에 올려놓으라고 지시했다. 세계의 공기(空氣)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당시 일본 경제 규모가 지금 한국 경제 규모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김어준 유튜브나 드나들면 김어준과 수준이 같아지고 세계가 동쪽으로 갈 때 한국 혼자만 서쪽으로 가는 낙오병(落伍兵) 신세가 된다. 세계 대표 신문 온라인 뉴스라도 챙겨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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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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