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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4심제 아냐" 대법 "위헌"…재판소원 도입 두고 공방

매일경제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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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재판소원' 추진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원의 확정 판결에 헌법심이 덧붙는 '4심제'가 도입될 경우 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위계와 역할이 뒤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헌재는 재판소원을 둘러싼 '4심제' 논란에 대해 참고자료를 내고 "본질을 왜곡하는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헌재가 대법원의 상위 기능을 맡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헌재법 68조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민주당은 법원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이 조항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재판소원은 법원 심급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다"며 "재판소원의 본질은 '헌법심'"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의 사실관계 판단(사실심)과 법률 적용(법률심)은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일반 법원이 맡지만, 헌재 심판은 이와 달리 헌법 위반 여부만을 다툰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재판소원은 (일반 법원의) 재판 자체가 올바른지를 다투는 것이 아니다"며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가만을 판단하는 독립된 구제 절차"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소원 논의는 오랜 기간 학계에서 논의해온 사안이라며 4심제 대신 '확정 재판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구제 절차' 등의 용어를 사용해달라고 덧붙였다.

반면 법원에서는 재판소원이 현실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 절차인 4심제가 될 것이라며 반대한다. 법률을 해석하고 판례를 확정하는 최고법원의 역할이 헌재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소원이 도입돼 헌재가 법원의 결정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면 대법원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지리란 우려다.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행 헌법상 재판소원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가 재판소원 요건을 엄격히 정해 필요한 재판만 하겠다고 하지만, 변호사들은 얼마든지 재판소원을 위한 형식 요건을 만들 수 있다"며 "대법원에서 패소한 사람에게 변호사가 '한 번 더 기회가 있다'고 하면 누가 재판소원을 안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재판 지연 가능성도 도마에 올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헌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 시 매년 약 1만2000건의 사건을 접수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년 약 4만건에 달하는 대법원 사건 접수 건수와 상고 비율(약 30%)을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지난해 헌재의 전체 사건 접수가 2522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처리 사건이 5배 가까이 폭증하는 셈이다.

반면 변호사 업계는 표정 관리에 나섰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기존 3심 판결에 더해 재판소원까지 사건 의뢰를 추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설령 패소할 것을 알더라도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재판소원을 이용할 경우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1년에 1~2건 있을까 말까 한 피해 구제를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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