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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절경 속 깊은 불심…‘국내 최대 동굴법당’ 의령 일붕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헤럴드경제 민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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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경남 의령군 일붕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경남 의령군 일붕사 전경

경남 의령군 일붕사 전경





영국 기네스북에 등재된 국내 최대 천연 동굴법당이 경상남도 의령에 있다고 해 지나는 길에 준비 없이 찾아갔다. 시골길 평지 하천길 옆에 산자락이 꺾여 암벽만이 드러난 곳에 사찰이 있다.

지형 조건이 동굴법당을 만들기엔 최적합 조건으로 보였다. 보슬비가 종일 내리고 있음에도 명절 연휴 기간이다 보니 가족 단위 등 많은 사람이 북적였다.

동굴법당으로 유명 관광지가 된 불교 사찰이지만 필자에겐 입구부터 생소한 부분이 많은 절이었다.

일붕사 입구 건물 2층에 ‘세계불교 초대법왕 일붕존자 법보대전’ 문구가 적혀 있다.

일붕사 입구 건물 2층에 ‘세계불교 초대법왕 일붕존자 법보대전’ 문구가 적혀 있다.



주차 공간 앞 2층 건물에 ‘세계불교 초대법왕 일붕존자 법보대전’ 이라는 커다란 문구가 먼저 들어왔기 때문이다.

법왕, 존자. 일붕선교종 등 필자를 비롯해 일반 불자들에겐 조금 생경한 용어들이 나열됐다. 법왕(法王)이나, 법황(法皇) 등은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해 ‘법의 왕’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부처님을 높여 부르는 말로 알고 있다. 또 다르게는 염라대왕을 달리 표현하는 말로도 법왕을 사용한다.


또 불교에서 존자(尊者)는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제자나 특별히 고승 중에서 존경받는 인물을 높여 부를 때 사용해 아난존자, 사리불 존자 등 부처의 10대 제자를 존자로 부른다. 티베트불교에선 최고 수장을 존자로 예우해 ‘달라이라마 존자’로 예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스님을 법왕(法王)이나 존자(尊者)로 예우해 부르는 경우를 들어보지 못해 당연히 이 또한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개신교만 하더라도 등록된 종파가 250여개라 하고 세계적으로 3만8000개 기독교 종파가 있다. 이렇듯 모든 종교는 교리, 경전 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기도 하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시대적 상황, 또는 정치적인 이유 등이 결합해 종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붕사 전경

일붕사 전경



불교 또한 초기에 소승불교, 대승불교를 비롯해 세월이 가면서 경전과 인물을 중심으로, 여러 종파가 생성소멸의 과정을 겪고 있다. 종파나 종단들이 생존력을 갖기 위해선 종파 간 연합하기도 하고 종파의 차별성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한다. 우리나라 불교 또한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태고종 등 대표적인 종단 외에도 문체부에 등록된 종파가 130여개에 이르고 불교 종단협의회에 등록된 곳만 해도 30여 종단에 이른다.

‘대한불교 일붕선교종’은 1988년 일붕(一鵬) 서경보(1914~1996년) 스님에 의해 창종되고 창종주의 법명을 붙인 신생 종단으로 현재 전국에 160~170여개의 사찰이 있다고 한다. 동굴법당을 보기 위해 일붕사에 왔지만 특이해서 불교 종단들에 대해 살펴보게 됐다.

여전히 모르는 생소한 종단이 부지기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봉황대와 봉황산
봉황대

봉황대



일붕사 입구 좌측엔 봉황이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형상의 매우 독특하고 인상적인 거대한 바위 절벽이 있다. 경남 의령군 9경 명소 중 제3경에 속한 ‘봉황대’이다. 봉황새가 날면서 입을 벌려 운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기록된 봉황대는 금강산의 축소판이라 불리 정도로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봉황대는 신라시대 삼국을 통일하는 데 이바지한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첫 요새지로써, 신라 최고의 군사부대 이름이었다. 김춘추의 아들 법민(후에 분무왕)이 이곳에 진을 치고 백제의 동태를 살폈던 곳이기도 했다.

봉황대 정상으로 가는 길

봉황대 정상으로 가는 길



일붕사 입구에서 수직 절벽을 따라 마련된 가파른 돌계단과 목책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면 두 개로 쪼개진 암벽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람 굴도 있고, 절벽 사이 좁은 석문도 있다.

봉황대 정상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속에 돌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먹지 못하지만 돌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석간수 약수터도 있다.

일붕사 돌탑군

일붕사 돌탑군



10여분 봉황대 둘레길 따라 내려오면 일붕사 방향 돌탑군을 만날 수 있다.

봉황루

봉황루



봉황대 중턱에는 약간의 평지에 봉황루(鳳凰樓)라는 정자가 있는데 옛 시절에는 아름다운 절경에 이끌려 인근 유생들이 모여 풍류를 즐기고 시를 읊던 시회(詩會) 장소라고 한다. 넓은 의령군 궁류면 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봉황루는 1920년대에 설치됐지만 낡아서 2018년 재건축해 깔끔하다.

봉황루 앞 콧대 바위 전망대

봉황루 앞 콧대 바위 전망대



봉황루 앞에는 콧대 바위 전망대가 있는데 밑이 낭떠러지여서 목책으로 막아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 앉아 넓은 의령군 궁류면의 들판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명상에 잠기면 세상 시름이 모두 바람에 날아갈 법한 곳이다.

봉황산 일붕사 일주문

봉황산 일붕사 일주문



‘봉황산 ​일붕사’라 표기돼 있다. 일붕사에선 봉황대의 이름을 따서 사찰 뒤 야산을 봉황산이라 부르고 있는데 지도상 봉황산은 없다. 인근 차량으로 10여분 거리 산청 쪽에 낮은 야산의 봉황산이 있지만 거리상 일붕사와는 연관성이 없다.

일붕사는 지도상으로는 선암산(528m) 자락에 있다. 봉황대가 있는 낮은 야산 일대를 일붕사에선 일붕스님의 법명과 연관해 봉황의 신비스러움을 덧붙이기 위해 봉황산이라 붙이고 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일붕선교종과 일붕사(一鵬寺)
일붕사 전경

일붕사 전경



국내 최대 동굴법당으로 영국 기네스북에 등재된 일붕사는 천혜의 자연 요건을 갖춘 봉황산에 자리 잡고 있다. 합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1988년 일붕 스님(1914~1996년)에 의해 불교의 한 종단으로 창종된 일붕선교종(一鵬仙敎宗)에 속한 사찰이다.

일붕선교종은 석가모니불을 교조로, 태고보우 국사를 종조로 하고 일붕 스님을 개조(開祖)로 해 창종했다.

일붕 스님은 교육자, 학승, 정치인으로서 조계종 원로의원까지 지냈으나 탈퇴해 일붕선교종을 창종해 종정에 올랐다.

일붕존자 약력

일붕존자 약력



여러 군소 종파와 함께 ‘세계불교 법왕청’을 만들어 초대 법왕이 되기도 했으며 기네스북의 여러 기록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붕스님은 126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남북통일 시비를 757개소 건립했으며 1042종류 서적을 출간했다.

세계 최다 선필휘호(50만장)와 국내 최대 석굴법당 건립 등으로 기네스북 5관왕의 기록을 세운 큰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일붕사 ‘국내 최대 동굴 법당’ 기네스북

일붕사 ‘국내 최대 동굴 법당’ 기네스북



일붕사 ‘국내 최대 동굴 법당’ 기네스북

일붕사 ‘국내 최대 동굴 법당’ 기네스북



일붕사 기록에 의하면 서기 727년 신라 성덕왕 26년에 신라의 혜초 스님이 중국과 인도의 성지를 순례하고 돌아오던 중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선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절벽에서 지장보살님이 환하게 웃으며 이곳에 호국영령들을 위로해 줄 불사를 하면 훗날 큰 보배가 될 것이라 듣게 된다.

봉황산 일붕사 창건 유래 안내판

봉황산 일붕사 창건 유래 안내판



스님은 귀국하는 길로 성덕왕께 고하고 전국의 명산을 헤매다가 꿈에서 본 기암절벽과 모습이 흡사한 이곳 봉황산에 사찰을 건립했다.

당시 성덕대왕의 이름을 따 성덕사라고 하던 것이 현재 일붕사의 전신이다. 성덕사는 창건 이래 몇 번의 화재로 소실과 재건을 반복해 온 것으로 보이며 1984년 누전으로 또다시 성덕사 법당이 완전히 소실됐다.

1986년 일붕 서경보스님이 혜운스님을 보내 “산의 정기가 너무 강해 사찰이 부지 못하니 기를 줄이기 위해 동굴을 파야 한다”고 해 1988년 국내 최대 동굴법당이 만들어지고 일붕사가 창건된 것으로 보인다.

옛 ‘성덕암’은 봉황대에서 돌탑군 내려오기 전 미륵불이 서있는 곳이라고 한다.

지금의 주지 혜운스님은 국내 최대 동굴법당인 1260㎡(약 380평) 규모의 대웅전과 그에 버금가는 297㎡(약 90평)에 이르는 제2 동굴법당 무량수전을 건립했다.

약사전

약사전



약사전 법당

약사전 법당



일붕사는 범종각, 산령각, 독성각, 칠성각, 약사전, 조사전, 관음전, 용왕단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일붕사에서 1㎞ 정도 올라가면 연못 한가운데에 법당을 세운 서담암이 있다.

관음전

관음전



일붕사 바로 옆에는 복지법인 ‘일붕 실버랜드’가 있고 의령 읍내에도 의료법인 ‘의령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대 동굴법당 일붕사(一鵬寺)
(오른쪽부터) 무량수전, 인공폭포, 독성각

(오른쪽부터) 무량수전, 인공폭포, 독성각



봉황대 아래 돌탑과 석상들을 지나 2층은 범종루를 겸한 사천왕문을 들어가니 기암괴석들이 병풍같이 둘려져있고 그 아래에 동굴 법당 대웅전과 무량수전이 눈에 들어온다.

무량수전 옆에는 보슬비 내리는 와중에도 병풍바위 사이에서 인공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고, 폭포 옆에는 제비집처럼 바위에 매달린 조그마한 독성각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 앞 9층 석탑

대웅전 앞 9층 석탑



대웅전 앞마당에 창종주 일붕스님의 사리탑이라고 하는 9층 석탑은 오대산 월정사 9층 석탑을 연상케 할 만큼 우람하다.

부모은혜 탑비, 아기를 보듬은 어머니 흉상

부모은혜 탑비, 아기를 보듬은 어머니 흉상



9층 탑 옆에는 ‘부모은혜 탑비’와 아기를 보듬은 어머니 흉상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효찰로 알려진 경기 화성 용주사에 정조대왕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세운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탑’과 모양과 내용이 흡사하다.

용왕당

용왕당



앞마당 옆 용왕당 안 약수 앞에 ‘질병은 사라지고 마음은 물처럼 맑아지리라’ 글귀에 자연스레 약수을 들이키게 된다.

용왕당 약수

용왕당 약수



용왕당 위쪽으로 약사전, 산령각 등이 산세를 잘 살려 배치돼 조화롭다.

약사전, 산령각

약사전, 산령각



산령각

산령각



성곽 같은 외관에 ‘세계법왕 일붕 서경보’의 낙관이 찍힌 ‘대웅전’ 현판이 걸린 동굴법당은 입구부터 십이지상과 천장의 용 그림 등 화려한 벽화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대웅전

대웅전



법당 내부는 높이가 8m에 달하는데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널따란 강당처럼 꾸며져 있다.

대웅전 입구 벽화

대웅전 입구 벽화



정면에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좌측에 석가모니불, 우측엔 노사나불 등 삼불을 모셨다.

대웅전 법당의 (왼쪽부터)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대웅전 법당의 (왼쪽부터)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하고 좌측에 석가모니불을 모신 것은 아마도 석가모니 부처 이전에도 존재했고 불교의 진리(佛法)를 형상화하고 이념화한 부처가 비로자나불이며 이는 부처의 삼신(三身)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즉, 법신(法身, 진리의 몸)과 보신(報身, 깨달은 몸), 응신(應身, 중생을 구제하는 몸)이 서로 다른 부처가 아닌 동일한 불신이며, 하나지만 이름만 다른 삼신불을 모신 것이다.

법당 옆 벽면에는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 8보살 입상이 있다. 동굴이 깊숙하고 높고 넓어서 한여름에도 이곳은 더위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무량수전

무량수전



제2 동국법당이라고 하는 무량수전은 서방 극락정토를 관장하는 부처인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으로써 아미타불 좌우에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등 서방삼성을 모셨다.

무량수전 법당의 (왼쪽부터)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대세지보살

무량수전 법당의 (왼쪽부터)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대세지보살



극락전도 무량수전과 같이 아미타불을 모시는 전각이다.

지붕 위 금동 아미타불 불상

지붕 위 금동 아미타불 불상



서담암에도 극락보전이 있고, 대웅전에서 서담암 가는 길목 중간에도 거대한 금동 아미타불 불상이 멀리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지붕 위에 설치돼 있다.

서담암 극락보전

서담암 극락보전



조계종 등 선종 계통의 불교 불자들은 (나무)아미타불을 반복해 염송함으로써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서담암 극락보전

서담암 극락보전



금동 아마타불 불상 아래 관음전에서 약 500m 산 쪽으로 올라가면 연못 위에 세운 극락보전이 있는 서담암이 있다.

서담암 극락보전

서담암 극락보전



인공 연못을 만들고 그 위에 꽤 큰 규모의 금빛 찬란한 모습의 전각을 세워 해가 비치면 강렬하게 반사할 듯하며 주변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전경이다.

서담암 극락보전 법당

서담암 극락보전 법당



극락보전 뒤쪽으로 주위에는 산신각, 독성각, 용왕당을 조그맣게 배치했고 연못 앞쪽에 요사채가 있다.

서담암 극락보전 뒤편 독성각, 용왕당

서담암 극락보전 뒤편 독성각, 용왕당



서담암(瑞潭庵)은 일붕 스님의 다비식이 열렸던 곳에 암자를 짓게 된 것이라고 한다.

서담암 극락보전 뒤편 산신각

서담암 극락보전 뒤편 산신각



태고보우(1301~1382년)국사는 간화선(看話禪) 맥을 전파한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이다. 그 뒤에 서산·사명대사로 이어지고 근대에 와서 경허·용성 선사로 이어져 지금의 조계종을 이루게 돼 조계종에서는 중흥조(中興祖)로 섬기고 있다.

태고종과 일붕 선교종에선 태고보우국사를 종조(宗祖)로 삼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불교에선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스님인데, 국사가 83세 나이로 열반에 들면서 이승에서 남긴 마지막 노래가 교훈을 주고 있다.

“인생이란 물거품 같이 공(空)하니 팔십 평생이 봄날의 꿈이라 이제 길을 떠나며 가죽 껍데기를 벗으니 한덩이 붉은 해가 서산으로 지네.”

700여년 세월이 주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일까.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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