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ERP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ERP will be dead).”
세스 레이빈(Seth A. Ravin) 리미니스트리트 CEO 겸 사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말이다. 그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이제는 인공지능(AI)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며 “리미니스트리트는 그 변화를 이끄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리미니스트리트코리아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레이빈 CEO는 ERP 교체 주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AI가 새로운 혁신의 무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RP를 단순한 관리 시스템이 아닌 ‘AI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로 확장하는 것이 회사 방향이라고 밝혔다.
◆ ERP 교체 대신 AI 확장으로=레이빈 CEO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AI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SaaS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AI는 SaaS를 위협하기보다 그 안으로 스며드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ERP 미래에 대해서는 입장이 달랐다. 리미니스트리트는 ERP를 ‘이미 기능적으로 완성된 기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교체보다는 기존 시스템 위에 AI를 얹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빈 CEO는 “우리는 고객에게 ERP 시스템을 뜯어내고 교체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작동하는 것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며 “비용과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고도 새로운 인텔리전스와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욱 리미니스트리트 한국 지사장도 “기업들이 더 이상 ERP 교체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 시스템 위에 AI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얹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SAP나 오라클처럼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을 전제로 AI 기능을 추가하는 구조와 달리 리미니스트리트는 기존 ERP 위에서 곧바로 AI를 구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레이빈 CEO는 한국 시장 맞춤형 ERP 환경에 대해서도 “AI 적용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ERP는 커스터마이징이 많지만 데이터 위치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리미니스트리트 접근은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AI를 덧씌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사람이 아닌 AI가 운영하는 ERP=에이전틱 AI ERP는 사람이 직접 입력하고 승인하는 ‘태스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AI가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지능형 자동화 시스템을 뜻한다. 레이빈 CEO는 “AI가 업무 주체로 들어오면 ERP는 더 이상 사람이 조작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AI는 단순 효율화가 아니라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제약사 압센 파마슈티카(Apsen Farmacêutica) 사례를 언급했다. 해당 기업은 ERP를 교체하지 않고 리미니스트리트와 서비스나우 협력 솔루션을 도입해 제조 공정을 자동화했다. 레이빈 CEO는 “사람이 개입하던 제조 프로세스 70% 이상을 AI가 수행하게 됐다”며 “기존 ERP 위에서 새로운 생산 효율을 만들어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장은 “ERP는 본래 이메일처럼 누구나 쓰는 표준 시스템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가가치를 더하려다 복잡하고 비싸졌다”며 “AI가 ERP 위에서 작동하면 이런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시장 진출 8년, 전략 거점으로 도약=리미니스트리트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KT·LG·현대 등 200여개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11년차·500여개 고객사)과 함께 아시아 내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레이빈 CEO는 “한국은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르고 ERP-AI 융합 수요가 뚜렷한 시장”이라며 “엔지니어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현지 인력을 확대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욱 지사장은 한국 시장 전략을 ‘두 축 성장’으로 정의했다. 그는 “기존 오라클·SAP 등 벤더 제품에 대한 3자 유지보수 시장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동시에 기업들의 혁신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이제는 유지보수를 넘어 혁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미니스트리트는 최근 ERP와 DB를 넘어 인프라 유지보수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특히 VM웨어 지원 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신규 축이다. 레이빈 CEO는 “현재 리미니스트리트는 VM웨어 고객사 100곳 이상을 확보했으며 브로드컴 정책 변화 이후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여러 기관과 기업이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며 “오라클 DB에서 오픈소스 DB로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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