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네타냐후(왼쪽) 총리와 카츠 국방부 장관(가운데),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등이 논의하는 모습. 벤-그비르 등 극우파와 야당 의원들의 주도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서안지구에 이스라엘 법을 적용하는 법안에 대한 예비승인이 통과됐다.[로이터]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이스라엘 의회가 22일(현지시간) 서안지구(west bank) 합병의 초석을 마련했다. 서안지구 합병은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조차 만류했던 것이지만, 이스라엘은 브레이크 없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일로를 걷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의회는 22일(현지시간) 서안지구에 이스라엘의 법을 적용하는 법안에 대한 예비승인을 통과시켰다.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를 구성하는 전체 120명의 의원 중 기권이나 무효표를 제외하고 찬성 25, 반대 24의 결과였다.
서안지구에 이스라엘의 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에 준하는 조치다. 완전히 법안이 통과되려면 네 차례의 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이 중 첫 단계가 이번 예비승인이다. 서안지구 합병의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서안지구 합병은 미국조차 반대하는 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서안지구 합병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도 성명을 통해 “(이번 표결은)미국과의 관계를 손상시키려는 야당의 또 다른 도발”이라며 반대했지만 극우파와 야당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극우파인 스모트리치 재무부 장관은 표결 이후 사회관계망(SNS)에 “유대와 사마리아(서안 지구) 전체에 완전한 주권을 부과하고, 우리의 이웃들과의 평화를 위해 힘을 바탕으로 평화 협정을 추진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투르무스 아야에서 복면을 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활동가와 팔레스타인 농민들을 폭행하는 모습. 2023년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서안지구에서도 폭력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AP] |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설립을 위해 마련된 땅이지만 이스라엘이 정착민을 보내며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 유엔 최고 사법기관은 지난해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이 불법이라 판결했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영토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이 합병한 동예루살렘을 제외하고는 서안지구에 약 3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과 50만명 이상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안지구에서도 폭력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안지구는 아랍 국가들이 휴전 합의를 지지할 마지막 선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아브라함 협정에 동의, 이스라엘과 정식으로 국교를 맺은 아랍에메리트(UAE)는 지난달 서안지구 합병이 걸프 국가에 있어 ‘넘지 말아야 할 선(red line)’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 휴전 합의를 자신의 외교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휴전안 이행이 더뎌지면서 이스라엘 내부 불만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인질 시신 송환이 더디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무력 충돌을 벌였고, 이에 놀란 미국은 특사단을 급파하며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극우파와 야당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방문한 시간에 보란듯이 예비승인을 통과시켰다.
연정에 기대지 않고는 총리직을 유지하지 못하는 네타냐후의 불안한 입지도 이스라엘이 미국의 ‘가이드’에서 어긋나는 상황을 연출하게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밴스 부통령과의 면담 전 “이스라엘은 미국의 보호령이 아니고 이스라엘의 안보는 이스라엘이 결정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강경파를 달래려 했지만, 연정을 탈퇴하겠다는 극우파의 요구에는 속수무책이다. 극우파들은 전쟁으로 하마스를 굴복시키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완전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이번 휴전안도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미국은 다시 경고를 보냈다. 22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로 출발하며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현재 우리가 이를 지지할 수 없도록 분명히 했다”고 말하며, (서안지구) 병합은 평화 협정을 ‘위협’하고 ‘역효과를 낼 것’”이라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