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SOFA 개정 없는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거부해야 [왜냐면]

한겨레
원문보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호 | 한국정부회계학회장



한국은 30년 넘게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해왔다.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도입된 1991년 1500억원 수준이던 분담금은 2024년 현재 1조5천억원이 넘는다. 항목도 확대되어 인건비, 물자, 기지 운영비 등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안보의 핵심축이다. 그러나 동맹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현재 분담 구조가 과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재검토는 필요하다.



많은 국민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상 의무로 이해하지만, 실제로 지위협정에는 방위비 분담 관련 조항이 없다.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은 특별협정이라는 별도 협정을 통해 결정된 것으로, 법적 강제보다는 정치적 합의에 기반한 협상 결과다. 즉, 분담금은 언제든 조정 가능한 협상 대상이다. 5년마다 양국이 협상해 정하는 특별협정은 자동 인상 조항이 없지만 대부분 인상으로 이어져 왔다. 문제는, 분담금 집행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감사하거나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예산을 제공하면서도 그 사용 내역조차 확인할 수 없는 구조는 공정하지 않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독일은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다. 특별협정 자체가 없고, 기반시설 제공 등 간접적 지원만 있을 뿐이다. 일본은 특별협정을 체결하고 일정 부분 인건비·운영비 등을 부담하지만, 기지 이전비용, 가족 생활비, 전략자산 배치비 등 미국이 요구한 항목은 명확히 거절해왔다. 또한 일본 회계검사원은 일부 집행 내역에 대해 감사권을 행사한다.



한국은 주요 동맹국 가운데 방위비 분담 규모는 최상위권이지만,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 권한은 일본, 독일보다도 작다. 가장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감사 권한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것이다. 과거 주한미군의 임무는 북한 억제를 위한 한국 방위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한미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을 위한 전진기지로 기능하고 있다. 대중국 견제, 사드 배치, 미사일 방어 체계 통합 등은 모두 한국 방위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활동들이다. 물론 주한미군은 여전히 한미연합사 체계 아래 한국 방위를 핵심 임무로 하고 있다. 다만, 전략적 자산 전개나 대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이익과 임무가 중첩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는 왜냐고 되물어야 한다. 왜 우리는 기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군사적 위험을 감수하며, 전략기지의 역할까지 감당하면서도 운영비까지 부담해야 하는가? 지위협정은 1966년 체결된 이후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형사 관할권, 환경오염 책임, 기지 반환 문제 등 구조적 불균형이 여전하며, 실질적 개선은 일부 양해각서나 공동위 활동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사용이 종료된 미군 기지의 반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염 정화 책임 문제나 반환 시점 불명확 등의 이유로 일부 기지는 수년째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행정주권과 토지 이용권이 제약받는 상황이다. 이제는 기지 반환 일정과 절차도 특별협정 협상과 병행해, 명확한 기준과 시한을 두고 조율해야 한다.



협상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지위협정은 고정되고, 특별협정만 팽창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은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고, 재정까지 지원하는 국가다. 전략적 공여국의 위치에 있음에도 분담금 구조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 특별협정 협상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분담 상한선을 설정하고, 미국 전략자산 운용에 따른 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지위협정 개정 없는 특별협정 증액은 거부해야 하며, 감사권 없는 예산 분담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전략기지를 제공하는 나라로서, 그에 걸맞은 협상 구조와 비용 보전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안보를 일방적으로 제공받는 수혜국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핵심 자산인 주한미군이 존재할 수 있도록 공간과 재정을 함께 제공하고 있는 파트너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에스파 닝닝 홍백가합전 불참
    에스파 닝닝 홍백가합전 불참
  2. 2강선우 공천헌금 의혹
    강선우 공천헌금 의혹
  3. 3전현무 기안84 대상
    전현무 기안84 대상
  4. 4삼성생명 신한은행 경기 결과
    삼성생명 신한은행 경기 결과
  5. 5심현섭 조선의 사랑꾼
    심현섭 조선의 사랑꾼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