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뉴스’. 넷플릭스 제공 |
“하이재킹 영화에서 흔히 중요하게 다루는 장면은 건너뛰고 사소한 것들을 신경 써서 찍었어요. ‘은은하게 돌아있자’가 캐치프레이즈였죠.”
변성현 감독의 여섯번째 연출작인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가 지난 17일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개 직후 국내 영화 순위 1위에 올랐고, 22일 공개된 글로벌 순위에서도 비영어권 9위에 안착했다.
변 감독이 ‘은은하게 돌아있다’고 표현한 영화의 개성은 이런 식이다. 하이재킹 영화들은 납치범이 ‘거사’를 시작하는 장면에 힘을 주는데, 이 영화에서는 눈 감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던 승객이 이어폰을 빼보니 고함과 비명이 오가는 난장판이 이미 한창인 상황이다. 이 아수라장과 교차하는 비행기 밖은 고요하다 못해 하품이 나오고 갈매기가 세상 평온하게 날아다닌다.
‘굿뉴스’는 1970년 일본에서 실제 발생했던 여객기 납치를 소재로 다룬 블랙코미디다. 극단적 공산주의자 그룹인 적군파가 민간기를 납치해 평양으로 끌고 가려 했던 일명 ‘요도호 납치사건’이다. 중간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눈속임으로 한국 정부가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처럼 연출하고, 적군파가 협박에 쓴 무기가 모두 장난감이었던 걸로 드러나기도 했던 한편의 부조리극과도 같았던 실화다.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변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가짜 명언을 만들어 놓고 작품을 구상하다가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명언도 그렇고, 요즘 나오는 뉴스들도 그렇고, 가짜도 많고, 딱히 거짓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진실이 아닌 것들도 많다. 그런데 그게 가진 권위 때문에 아닌 거 같지만 끌려가듯 믿게 된다. 요도호 사건 역시 누군가를 믿게끔 하는 행위들이 벌어졌고, 그런 게 명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소재로 선택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 넷플릭스 제공 |
‘굿뉴스’는 황당하고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는 사건의 해결을 도모하는 한국과 일본 정부 관료들의 오합지졸을 통해 권력의 무능함을 풍자한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은 어린애처럼 자기애에 빠져 있는 악당이고, 다른 관료들은 그의 나르시시즘에 질질 끌려다닌다. 우왕좌왕하며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건 일본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권력자들의 우스꽝스럽고 한심스러운 모습 속에서 문제의 실체적 해결을 위해 분투하는 건 역사의 기록에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주인공인 아무개(설경구)와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이 그들이다.
이번에 본격적인 블랙코미디를 시도한 데 대해 변 감독은 “블랙코미디는 많은 감독에게 꿈이지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장르는 아니다”라며 “‘진짜 선수들만 해야 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에 겁을 먹었지만, ‘시도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번에 도전해봤다”고 했다.
‘굿뉴스’는 ‘길복순’에 이은 변 감독의 두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비행기와 관제실 등이 등장하는 큰 스케일 때문에 극장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변 감독은 “나 역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장르 특성상 극장 상영을 목표로 했다면 지금의 방향성으로 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극장이건 오티티건 손뼉을 잘 마주칠 수 있다면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굿뉴스’. 넷플릭스 제공 |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