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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극우’가 아니라 민주당 행태에 화난 것이다

조선일보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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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딱지 붙인 청년과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일 뿐

극좌·극우는 폭력도 불사
그런 세력이 존재하지만
국가에 지장 없는 극소수
서부지법 난입 사태 전날인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을 막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뉴시스

서부지법 난입 사태 전날인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을 막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 /뉴시스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치판과 공론장에 ‘극우 유령’이 등장했다. 극우를 분석하고 낙인찍는 언론 기사, 여론조사, 논문 등이 쏟아진다. 계엄 찬성과 탄핵 반대, 서울서부지법 사태, 반중 시위 등을 극우로 지목하던 이른바 ‘극우 담론’은 종교와 소수자 등 사회 현상까지 전방위 확산하고 있다. 그 잣대면 성소수자와 이주 결혼을 배척하는 북한 정권이 극우다. 동성애자 스콧 베선트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트럼프는 극좌로 지목될 판이다.

극우를 말하려면 좌우 근본 가치부터 따져봐야 한다. 좌파는 평등 우선, 자유 보완이고 우파는 자유 우선, 평등 보완이다. 여기에 인권과 환경 등 여타 사안에 대한 태도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얽히고설키는 것이다. 극우·극좌는 이 가치를 지키려고 폭력을 불사하는 노선을 일컫는다. 지금의 담론은 그 점을 간과한 채 아무 데나 극우·극좌 딱지를 붙인다.

대한민국에도 극좌와 극우가 있었다. 1948~1953년 활동한 서북청년단이 극우였고, 그 시기 남로당과 1980~1990년대 학생운동·노동운동 주도 세력이 극좌였다. 폭력 노선을 채택했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극우로 지목된 20~30대 남성 청년과 태극기 집회 노인들의 태도를 분석해 봐도 극우의 뚜렷한 형체는 없다. 일관된 사상 체계도 없고 행동 맥락도 없다. 보이는 것이라곤 ‘민주당에 화난 사람들의 일시적 탈선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계엄 이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본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도배됐다. 3인은 순식간에 술자리 안줏거리가 됐다. 한국갤럽의 계엄 직전 대통령 지지율은 19%였다. 보수 텃밭 대구·경북 지지율은 더 낮은 18%. 당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통령 부부를 향해 듣기 민망할 정도로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꺾으라고 뽑아 놨더니 먹잇감이 돼 보수를 망쳤다는 분노였다.

그런데 계엄 이후 급변했다. 민주당 때문에 민주당과 싸우려고 계엄했다는 윤석열 프레임에 동조한 것이다. 계엄 지지·탄핵 반대는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뭔가 심오한 가치가 있던 게 아니다. 오로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었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달님 운운하며 낯간지러운 찬사를 보내던 ‘문파’가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넘어간 것에 화가 나 문재인을 비난하고 이재명의 ‘개딸’에 합류한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1985년 5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를 주도했던 함운경(가운데 안경쓴 이)이 72시간 만에 농성을 끝낸 뒤 경찰 버스에 오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건 직후 점거 참여 73명 중 함운경(서울대),신정훈(고려대),이정훈(고려대) 등 25명이 구속됐고, 김민석(서울대),허인회(고려대),박선원(연세대),고진화(성균관대) 등 10여 명은 배후 명목으로 수배됐다. /조선일보 DB

1985년 5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를 주도했던 함운경(가운데 안경쓴 이)이 72시간 만에 농성을 끝낸 뒤 경찰 버스에 오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건 직후 점거 참여 73명 중 함운경(서울대),신정훈(고려대),이정훈(고려대) 등 25명이 구속됐고, 김민석(서울대),허인회(고려대),박선원(연세대),고진화(성균관대) 등 10여 명은 배후 명목으로 수배됐다. /조선일보 DB


서부지법 사태도 다르지 않다. 가치 지향 행위가 아니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은 미국 문화원, 여당 당사, 법원, 경찰서 등을 가리지 않고 폭력을 썼고 점거도 했다. 우발적 행동이 아니었고 이념에 따라 치밀하게 기획한 행위였다. 당시 운동권 주류의 공산주의 노선에 따르면 사법부는 자본주의 권력의 주구이자 타도 대상이었다. 그 정도는 돼야 극좌든 극우든 딱지를 붙일 수 있다. 술 취해 파출소 유리창을 깼다고 극우가 아닌 것처럼, 서부지법 사태는 기획이 아니라 민주당과의 싸움 중심에 선 윤석열을 구속한 것에 화난 정치 훌리건의 군중 심리가 만든 우발적 탈선이었다.

요즘의 반중 시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에 셰셰(감사)한 것에 대한 역작용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중국에 반감을 표현하면 반중 시위는 사그라들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니까,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을 선동하던 민주당과 아류 정당 정치인 및 극성 지지자의 태도가 순한 양처럼 바뀐 것과 다르지 않다.

2030 남성 청년도 그렇다. 그들은 기득권 586세대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화난 상태일 뿐이다. 586의 상징이 민주당이라서 반감을 품은 것이지, 뭔가 이념을 갖춰서 그런 게 아니다.


물론 한국 사회에 극좌와 극우는 있다. 하지만 그 숫자는 한국 사회 유지에 지장이 없는 극소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관대함을 입증하는 증표로 기능할 뿐이다. 현실이 그런데 정치가 앞장서 상대방을 극좌·극우로 낙인찍는 현상은 자기 이념과 정책의 허술함을 감추는 회피 전략이다. 상대방에게 강한 거부감을 형성해 우리 편 지지자를 결집하는 동원 전략일 뿐이다. 극단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심리를 유포해 표를 모으는 선거 전략일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는 그 장단에 맞출 만큼 한가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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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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