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부발전의 신인천 가스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에 맞춰 감축할 경우, 재생에너지 설비를 120기가와트(GW) 이상 확대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석연료 감축이 곧바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한 것이라 주목된다.
19일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액화천연가스 감축과 경제적 편익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의 ‘1.5도 기후목표 시나리오’를 적용해 우리나라의 가스 감축량을 계산한 결과 2038년까지 총 3억2700만톤(연평균 2725만톤) 가스 수입을 줄여 약 26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가스 소비 전망을 담고 있는 ‘15차 가스수급계획’에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의 ‘1.5도 시나리오’의 연도별 천연가스 감축치를 적용해 최종적으로 줄여야 할 가스 소비량을 계산하고, 이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라 비용으로 환산한 결과다.
액화천연가스는 들쑥날쑥한 수입 가격으로 국내 에너지 가격 급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는 가스 발전소와 도시가스 난방 비중이 늘면서 가스 의존도가 높아져, 세계 3위(연간 4600만톤)에 해당할 정도로 액화천연가스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그간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은 주로 석탄(발전) 퇴출에 우선순위를 두어 왔으나, 전세계적으론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발생시키는 액화천연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의 1.5도 기후목표 시나리오를 적용해 획기적으로 가스 사용량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1.5도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전세계 탄소 총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석탄은 90% 이상, 천연가스는 최대 50% 이상까지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가스 수요 전망치는 약 4500만톤인데, 1.5도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올해 수요는 3222만톤, 2038년 한해 수요는 1405톤으로 감소한다. 2026년~2038년까지 줄일 수 있는 가스 수요는 총 2억5천만톤으로,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260조원(IEA 에너지 가격 전망치)에 달한다. 발전단가 변화 추이를 고려하면, 태양광 설비 184GW(풍력은 78GW) 확충에 쓸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이다.
액화천연가스 자연 감소분(Staqe1)과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시나리오를 적용한 감소치(Staqe2)를 합산한 2026∼2038년 연료비 절감액이 총 260조원에 달했다. 기후솔루션 제공 |
이번 보고서는 가스 수입을 줄여 확보한 비용을 재생에너지 확대 재원으로 활용하는 경로를 제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약 30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 100GW까지 확대한다고 공언하지만, 이 같은 설비 확충에는 큰 돈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락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2038년까지 태양광 77.2GW, 풍력 40.7GW 설비 확충을 위해 약 226조원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데, 가스 수입을 절감한 260조원으로 이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소 혼합연소 발전 비중을 높이고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 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스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했다. 2038년까지 발전단가 변화 추이를 고려할 경우 260조원으로 태양광과 풍력, 해상풍력 각각 184GW, 78GW, 34GW씩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 기후솔루션 쪽의 계산이다.
다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가스·석유·석탄 파트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지 않고 산업통상부에 남게 돼, 화석연료 감축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무탄소 에너지로 분류되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맡고 정작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수급을 산업통상부에 남겨 둔 셈이라, 에너지 분야의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가스 수요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당진 저장기지를 확충하려는 과잉 투자 대신 사업비를 그린수소 투자비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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