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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 못 사게 막더니 고위직 70%는 ‘규제 지역’에 자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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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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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장·차관급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 고위 공무원 102명이 보유한 아파트 103채 중 70%인 72채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전세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금지된 규제 대상 지역에 있다고 한다. 이들의 아파트는 올 들어 평균 2억7000만원씩 올랐다. 민주당 의원 166명 중 62명도 규제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초강력 대책을 주도한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국세청 등의 수장들도 과거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들여 실거주 없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은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해 놓고, 이제 와서 강력한 대출 규제로 청년과 중산층·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다. 이런 ‘내로남불’이 내 집 마련 기회가 막힌 실수요자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대책이라도 정교하면 그나마 낫겠지만, 곳곳에 허점투성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의 아파트 대출은 꽁꽁 묶으면서 오피스텔과 연립주택은 규제에서 뺐다. 강남 타워팰리스와 송파 시그니엘 같은 초고급 오피스텔과 고급 연립주택은 자유롭게 거래되는 반면, 강북의 1억원대 낡은 아파트는 토지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 실거주 의무까지 져야 한다. 극소수 현금 부자에게는 투기의 문을 열어주고 주거 약자에겐 족쇄를 채운 불공정 규제다. 이미 규제 대상 지역에선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고 월세가 오르는 ‘전월세 대란’ 조짐이 시작됐다.

정부와 여당 내에선 정책 엇박자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정책위원장 출신 여당 의원은 ‘보유세 강화’를 시사한 반면, 민주당 원내대표와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의원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피스텔 대출을 놓고 금융위는 ‘규제 강화’, 국토부는 ‘현행 유지’라는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현행 유지로 정리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서로 긴밀히 협의해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중구난방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대책 혼선의 근본 원인은 정책 결정 과정의 부실함에 있다. 현장 목소리와 시장 현실을 외면한 채 정치적 계산과 보여주기식 대책만 남발하기 때문이다. 시장 원리에 맞는 공급 확대책을 내놓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지 않으면 집값 안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급 없이 수요 억제라는 땜질식 진통제 처방만 반복하다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되풀이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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