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9일 이틀간 시민 3만여 명 찾아
동행런·자랑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
"쭈니야, 기다려!"
다른 반려견이 앞발을 구르고 보호자를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쭈니(5)는 준비된 방석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호자 박서연(31)씨가 뒤를 돌아봐도, 다른 지시어를 외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관객도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마침내 서연씨가 "쭈니!" 하고 이름을 부른 순간, 기다림을 끝내고 가장 먼저 보호자에게 달려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장면이 펼쳐진 곳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동행) 페스타' 현장이다. 서울시와 한국일보가 '서울 동물보호의 날(10월 4일)'을 기념하고, 동물 보호와 올바른 반려 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주최하고, DB손해보험이 협찬한 행사다. 18, 19일 이틀간 무려 3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반려견과 보호자, 비반려인이 함께 걷고 뛰고 기다리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동행'을 확인한 자리였다.
동행런·자랑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의 '함께 꿈꿀개'에 참여한 한 시민이 유기견을 안고 있다. 노란색 스카프를 맨 반려동물은 임시보호·입양처, 빨간 스카프를 맨 반려동물은 입양처를 찾는다. 정다빈 기자 |
"쭈니야, 기다려!"
다른 반려견이 앞발을 구르고 보호자를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쭈니(5)는 준비된 방석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호자 박서연(31)씨가 뒤를 돌아봐도, 다른 지시어를 외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관객도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마침내 서연씨가 "쭈니!" 하고 이름을 부른 순간, 기다림을 끝내고 가장 먼저 보호자에게 달려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장면이 펼쳐진 곳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동행) 페스타' 현장이다. 서울시와 한국일보가 '서울 동물보호의 날(10월 4일)'을 기념하고, 동물 보호와 올바른 반려 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주최하고, DB손해보험이 협찬한 행사다. 18, 19일 이틀간 무려 3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반려견과 보호자, 비반려인이 함께 걷고 뛰고 기다리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동행'을 확인한 자리였다.
"반려견과 걷고 뛰면서 교감해요"...다채로운 프로그램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에 참가한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한강변을 달리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
이번 동행페스타의 문을 연 프로그램은 '동행런'이었다.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 광장에서 출발해 한남대교 남단까지 총 4.4㎞를 함께 달리며 교감하는 시간이다. 사전 접수한 500개 팀이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완주를 목표로 달렸다. 디스크 수술로 뒷다리를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라떼(7)도, 동네 산책을 좋아하는 풍산개 몽구(10)도 보호자와 함께 신나게 걷고 뛰었다. 충남 천안시에서 온 라떼의 보호자 김미소(33)씨는 "평소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라 기회가 될 때마다 라떼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에 참가한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곧이어 열린 '견생 2회차 자랑대회'는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유기견이었지만 구조 후 새로운 가족을 찾은 반려견이 무대 위에 올라 각자의 '두 번째 삶'을 보여주는 자리다. 화려한 털이나 특이한 외모가 아닌, 보호자와의 교감, 서로를 향한 사랑만이 조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종목은 인내심과 순발력을 뽐내는 '기다려' 게임이었다. 이날 1등을 한 쭈니는 지난해 2등을 차지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보호자 박서연씨는 "우승을 예감했다"며 환히 웃었다. 5년 전 모견과 함께 야산에서 발견된 쭈니를 임시 보호했던 그는 '다시는 기다리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입양을 결정했다. 박씨는 "우승을 위해 1년간 실력을 갈고닦았다"며 "국가공인자격증인 반려견행동지도사를 따고, 각종 도그 어질리티(장애물 달리기) 행사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제2회 서울 동물보호의 날 기념행사 동물행복페스타 '견생 2회차 장기자랑'에 참가한 보호자와 반려견이 기뻐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
이날 축제는 함께 배우고 이해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유기견을 임시 보호 중인 이들은 '함께 꿈꿀개' 행사를 통해 유기견 입양에 관심 있는 시민에게 임시 보호견의 성격과 특징을 자세히 설명했다. "짖음이 심해요", "다른 강아지를 피해요" 등 다양한 고민 해결을 위한 문제 행동 상담 공간을 찾는 반려인도 줄을 이었다. 이밖에 △증강현실(AR) 보물찾기 △반려동물 포토 트럭 △동행 피트니스 △반려동물 퍼스널 컬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유기견 네모(3)를 기꺼이 가족으로 받아들인 신민경(34)씨, 이채시(29)씨는 "강아지는 경험으로 살아간다는 말을 믿는다"며 "처음에는 사람을 싫어하고 겁도 많았던 네모가 이제는 세상에 익숙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뛰놀고 있다. 정다빈 기자 |
서울시 "반려문화 확산 위해 노력 지속할 것"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서울 동물보호의날 기념행사 '동물행복페스타' 개막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
이날 반려동물에 시민의 뜨거운 관심을 재확인한 서울시는 반려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상 노력과 기반 시설 확충에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는 △유기동물 입양과 사회적 교육을 지원하는 서울시립동물복지센터 △반려견 놀이터 △우리동네 동물병원 △우리동네 펫위탁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세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을 만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며 "반려동물이 행복한 도시, 동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도시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은 "저도 열세 살 된 몰티즈를 키우고 있는 보호자"라며 "동물과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이 널리 퍼져 좋은 문화로 자리 잡도록 언론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