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7.0 °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수학 공식으로 주가 예측”…8만명 투자대회 우승한 韓대학생 [그! 사람]

동아일보 김영호 기자
원문보기
제5회 국제퀀트 챔피언십(IQC) 결선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발표하고 있는 UNIST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제5회 국제퀀트 챔피언십(IQC) 결선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발표하고 있는 UNIST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알고리즘으로 주가를 예측해 자동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다?”

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일이다. 이 꿈을 현실로 구현한 대회가 있다.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주가를 예측해 투자하는 ‘세계 퀀트 투자 대회’다. 142개국 8만 명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주인공은 한국 대학생 김민겸 씨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월드퀀트(WorldQuant)가 주최한 ‘제5회 국제 퀀트 챔피언십(IQC)’에서 대한민국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김민겸 학생이 우승을 차지하며 2만3000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컬럼비아대·옥스퍼드대·인도공과대 등 세계 유수의 명문대생들을 제치고 얻은 성과다.

세계 퀀트대회에서 우승한 UNIST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세계 퀀트대회에서 우승한 UNIST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김민겸 학생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저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평소 금융공학에 관심이 많아 개인 투자로도 연 30% 이상 수익을 올려온 그는 “금융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대회 참가 계기를 밝혔다.

● 알고리즘으로 주가 예측…“우상향 그래프 그렸다”

‘퀀트(Quant)’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가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투자 방식이다. 세계 퀀트대회에서는 이 알고리즘을 매일 점검하고 수정하며 최종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김민겸 학생이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전략은 ‘롱숏 에쿼티’로 상승이 예측되는 종목은 매수하고, 하락할 것으로 본 종목은 공매도하는 전략이다.

● 거시경제 반영한 소수정예 전략, ‘8만 명’ 제쳤다

제5회 국제퀀트 챔피언십(IQC)에서 포트폴리오를 발표하는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제5회 국제퀀트 챔피언십(IQC)에서 포트폴리오를 발표하는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김민겸 학생의 강점은 ‘유기적인 알고리즘’에 있었다. 다른 팀들이 200~300개의 알고리즘을 제출한 데 반해, 그는 단 32개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수는 적지만 뭉치면 강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거시경제 흐름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주가 데이터에만 집중한 다른 팀들과 달리,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분석해 경제 상황을 4단계(저금리·고금리·확장기·침체기)로 나누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설계했다.

“퀀트라고 하면 짧게 사고파는 걸 떠올리지만, 제가 추구한 건 오랜 시간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거였어요.”

● ‘심리’까지 반영한 투자 전략 구현했다

퀀트 투자를 위해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퀀트 투자를 위해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그의 알고리즘에는 ‘투자 심리’까지 담겼다. 종가·시가·재무제표 등의 수치 데이터는 물론, 뉴스 데이터까지 고려한 ‘뉴스 모멘텀 전략’을 도입한 것이다. 그는 “뉴스에 나온 기업 성과를 비교해 거래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효과를 거둔 알고리즘은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반영한 전략이었다. 내재 변동성은 옵션(주가를 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의 가격에 반영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불안 심리를 보는 지표다.

김민겸 학생은 이를 활용해 투자자들이 공포를 느끼는 시점과 안도하는 시점의 차이를 분석해 알고리즘에 담았다. 복잡한 계산보다 ‘사람들이 너무 불안해할 때 오히려 기회가 온다’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 “경험과 통찰력은 사람만의 것” 대회에선 힘 못쓴 AI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뉴스1)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뉴스1)


흥미로운 건 ‘수학적 사고’에 강한 AI가 오히려 퀀트 대회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중국 대표팀은 투자 전략을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참가했지만, 높은 점수를 받았던 시뮬레이션과 달리 실제 적용에서는 반대 결과를 낸 것이다.


김민겸 학생은 “(AI를 활용한) 수학적·정량적 사고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철학과 통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해요”


김민겸 학생의 프로필. 현재는 월드퀀트(WorldQuant)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퀀트 투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민겸 씨 제공)

김민겸 학생의 프로필. 현재는 월드퀀트(WorldQuant)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퀀트 투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민겸 씨 제공)


김 군이 퀀트에 대해 알게되고 우승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반 년에 불과했다. 그는 “교보재라던가 영상 강의가 활성화된 분야가 아니라 처음에는 굉장히 막막했다”며 “경영학 전공을 시작하며 배운 지식들이 금융지식의 기초가 돼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개인이 하기 가장 좋은 투자는 미국 지수 S&P500인 것 같다”면서도 “미국 기업들이 균일하게 배분된 지수고, 꾸준한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수익을 찾기 보다는 마음 편하게 묻어두기 좋은 지수”라 설명했다.

결선 수상자 및 심사위원과 우승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결선 수상자 및 심사위원과 우승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민겸 학생. (사진=김민겸 씨 제공)


김민겸 학생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가 평소 존경하는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의 말이다. 그는 “근거 있는 자신감은 언젠가 반드시 깨질 수 있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고 믿을 수 있는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1위는 대단한 성과지만 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매일 성장하고 나아가는데 집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야 할 길이 보였다면, 그 길을 묵묵하게 나아가는 것이 저만의 근거 없는 자존감이에요.”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응팔 10주년 류준열 혜리
    응팔 10주년 류준열 혜리
  2. 2전재수 통일교 의혹 조사
    전재수 통일교 의혹 조사
  3. 3김단비 우리은행 4연승
    김단비 우리은행 4연승
  4. 4정관장 인쿠시 데뷔
    정관장 인쿠시 데뷔
  5. 5민희진 보이그룹 뉴진스
    민희진 보이그룹 뉴진스

동아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