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 사원 관계자가 최근 일주일간 화장한 이들의 이름과 사인 등을 적은 노트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정인선 기자 |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무연고자 주검이 부쩍 늘었습니다. 2∼3년 전까지는 전체의 20% 가량이 중국인이었다면, 지금은 그 비중이 25% 정도로 늘었어요. 한국인도 종종 들어옵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턱틀라 사원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웬치)에서 벌어지는 감금, 가혹행위의 가장 비극적인 종착지다. 변사한 사망자의 주검이 안치되고, 프놈펜 지역 최대 규모의 화장장도 있다. 지난 8월 캄포트주 보코르산 지역의 범죄단지에 갇혔다가 목숨을 잃은 한국인 청년 박아무개(22)씨는 이곳, 턱틀라 사원에 두 달 넘게 안치돼 있다.
17일 찾은 턱틀라 사원은 매년 11월 메콩강에서 열리는 전통 뱃놀이 축제 ‘보응’ 준비가 한창이었다. 황금빛 장식이 반짝거리는 화려한 사원에서 탄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름과 생몰일자가 적힌 비석이 빼곡한 구역을 지나 사원 안쪽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화장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월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르산 지역에서 사망한 한국인 청년 박아무개씨 주검이 안치된 건물 |
화장터를 지키고 있던 관리자는 “한국인, 중국인 주검이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손글씨로 적은 노트를 펼쳐 보였다.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11명의 주검을 화장했는데, 그 중 8명이 중국인입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인이나 다른 나라 출신 사망자는 노환, 질병 등이 사인인 경우가 많은 반면, 중국·한국·대만·일본 등 국가 출신 사망자는 젊고 사고가 사인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가 보여 준 일지에 적힌 10월11일~16일 사이 중국인 사망자 8명 가운데 5명의 이름 옆에는 ‘심장마비’라는 사인이 적혀 있었다. 동행한 교민 박아무개(51)씨가 말했다. “마약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는 감금, 협박 등과 함께 마약 매매·투약 또한 적잖게 이뤄진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턱틀라 사원에서 17일 오전 뱃놀이 축제 ‘보응’ 준비가 한창이다. |
청년 박아무개(22)씨 주검도 턱틀라 사원 냉동고에 두 달 넘게 안치되어 있다. 박씨가 어디 안치돼 있는지 묻자, 사원 관계자는 가장 구석진 곳의 붉은 외벽 건물을 가리켰다. 그는 “경찰 조사와 수사가 다 끝나지 않아서 그런지 박씨 주검을 보러 온 가족이나 지인이 아직까지는 없었다”며 “다음주 월요일(20일)에 한국 대사관 사람들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안치된 건물 앞에는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는 제삿상 3개가 놓였다. 그중 하나도 연고가 파악되지 않은 듯 영정이 없는 채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수사관 2명(경감 1명, 경사 1명)은 이르면 이번 주말 캄보디아로 출국해 현지 부검 절차에 참여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이 주도하는 현지 부검을 통해 박씨의 사망 원인뿐 아니라 범행 수법, 외상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부검 결과가 공식 통보 절차를 거쳐 국내 수사기관에 공유되면, 박씨는 현지에서 화장한 뒤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오전 찾은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 사원 내 화장 시설 모습. |
프놈펜/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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