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동물 체험’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법 개정 이후 새로 허가를 얻은 동물원에서도 비슷한 체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동물 교육 프로그램 운영 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뱀 만지기’ 체험을 시행 중인 한 동물원. 어웨어 제공 |
오락을 목적으로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동물 체험’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무분별한 체험은 법 개정 이전인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기관 24곳 가운데 6곳은 단 한 차례도 현장 조사에 나서지 않았고, 불법 ‘동물 체험’으로 행정조치를 받은 곳도 5건에 불과해 관리 부실이 지적된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동물원은 총 124곳(공공 26곳, 민간 98곳)으로, 이들은 허가기관인 지자체·관할 환경청에 동물 교육 프로그램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고, 보유동물을 이용한 생태 설명·관찰·만지기·먹이주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이는 2022년 12월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개정법은 기존에 등록제로 운영되던 동물원들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만지기·먹이주기 행위 등을 금지했다. 다만, 사전에 ‘보유동물을 활용한 교육 계획’(교육 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얻은 교육 목적의 프로그램에 한해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파주의 한 동물원에서는 여우한테 튜브형 고양이 간식을 급여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현장 조사 당시 관람객이 여우에게 간식을 빼앗기며 껍질째 사육장 안으로 빠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이 이물질을 섭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람객이 동물에게 물릴 위험성도 커보였다”고 전했다. 어웨어 제공 |
그러나 올해 동물단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경기 파주·수원, 인천, 강원 강릉, 세종, 울산, 부산의 동물원을 현장 조사한 결과, 13곳 모두 제출한 교육 계획과 다르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동물원에서는 뱀을 사육장 밖으로 꺼내 목에 걸고 만지게 하는 등 오락적 체험을 진행하고 있었고, 무제한 먹이주기·만지기 체험이 이뤄지고 있어 동물들의 ‘먹이 구걸’ 행동이 쉽게 관찰됐다.
교육 계획에 어긋나는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은 동물원수족관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2023년 12월 법 시행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허가·감독기관인 관할 지자체·환경청 24곳이 현장 점검에 나선 횟수는 평균 8회로, 대전(45회)·경북(24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관이 2~5회의 점검에 그쳤다. 인천·충북·전북·낙동강유역환경청·영산강유역환경청·대구지방환경청 등 6곳은 단 한 차례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제출한 교육 계획과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해 제재를 받은 곳은 5곳뿐이었다. 단체가 위법을 포착한 13곳 가운데서는 1곳이 포함됐다.
정부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 매뉴얼’에는 야외 방사장을 갖추라고 되어 있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왼쪽)가 사육장 안에 전시되고 있다. 관람 공간에 방사되어 수시로 만지기 체험이 가능한 왈라비. 어웨어 제공 |
법 개정 이후 신규 허가를 얻은 동물원들도 시설이나 프로그램 운영 측면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법은 단순히 시설 규모만 갖추면 동물원 등록이 가능했던 기존법을 고쳐 종별 사육환경 기준 및 질병관리계획, 신규 보유 금지 종(고래목)을 명시하고, 만지기·올라타기·무분별한 먹이주기 등의 체험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동물복지·사육환경 등을 갖춘 시설만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새롭게 허가를 받은 6곳(8월말 기준) 가운데 일부 동물원은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지자체·환경청의 검사를 통과했다. 예컨대 이들은 정부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 매뉴얼’상 야외 방사장이 필수 환경인 동물 종(라쿤·코아티·알락꼬리여우원숭이 등)을 사육하면서 방사장을 갖추지 못했거나 생태보전 교육과는 무관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웨어는 “무분별한 동물 체험을 금지하기는 커녕, 신규 허가 시설들 또한 대부분 실내에서 운영되는 동물체험 위주 시설”이라며 “법은 ‘체험 금지’라고 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교육 계획만 제출하면 지자체·환경청이 거의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주영 의원은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허가 등록은 커녕 교육 계획서조차 지키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동물원이 많다”며 “유예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현장 수시검사에 한번도 나서지 않은 지역이 있다는 것은 검사 주체인 지자체와 환경청의 의무 방기”라고 질타했다. 이어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동물원 관리의 총책임자로서 이 사안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동물원 허가제 진행 상황과 교육 체험 프로그램 운영 실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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