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돌 경축 열병식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지켜보고 있다. 천안문 망루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한 시 주석이 이번에는 경주 아펙 정상회의 계기에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 31일부터 11월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관전자를 넘어 존재감이 큰 ‘보이지 않는 참석자’에 가깝다. 이번 경주 정상회의를 대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 기조는 ‘방어’와 ‘기회 포착’으로 요약된다.
김 위원장의 ‘방어’ 기조는 그가 회의에 불참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번 회의가 한국 외교의 잠재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중·러를 상대로 한 동북아 외교에서 수세에 몰렸던 한국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공세’로 태세를 전환할 수 있어서다.
김 위원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국제문제 담당 부총리의 방한이다. 김 위원장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고 “일체 상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중·러는 그와 다른 선택을 했다. 무엇보다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경축 행사엔 ‘축전’과 리창 국무원 총리 방북으로 갈음했던 시진핑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한-중 관계 개선 의지의 표현이다. 김 위원장과 함께 북-러 동맹을 복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총리 방한을 직접 지시한 사실 역시 김 위원장에겐 충격일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시 주석과 오베르추크 부총리의 방한 결과가 북-중, 북-러 관계를 제약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기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된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집념”을 버리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관심’을 드러냈다. 평소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계기에 얼마나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공을 들이느냐가 변수다.
이런 여건들을 종합할 때, 김 위원장이 아펙 기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경주에 있는 상황에서 그런 군사 행보는 ‘과한 도발’로 받아들여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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