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해당 진출 과정에서 제기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특혜 논란이 아시아 축구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두 팀은 본선 진출 앞두고 "짜고 치는 도박"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실제 결과가 그렇게 나오면서 이번 2026 월드컵 아시아 4차예선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카타르는 15일(한국시간) 홈 경기장인 알라이얀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 4차 예선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2-1로 꺾고 조 1위(승점 4)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후반 4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 출신인 아크람 아피프의 프리킥을 부알렘 쿠키가 헤더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29분에는 아피프의 또 다른 크로스를 페드루 미겔이 머리로 연결해 추가골을 만들었다.
후반 42분 타레크 살만이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경기 종료 직전 UAE 술탄 아딜에게 한 골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무난히 리드를 지켜냈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홈인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기며 승점 4를 확보, 다득점에서 앞서 B조 1위를 차지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점유율(62%)과 슈팅(15-4)에서 압도했다. 이미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3-2로 제압했던 사우디는, 이라크와의 무승부만으로 조 1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사우디는 통산 7번째 월드컵 진출이자, 2018 러시아 대회 이후 3회 연속 본선행을 기록했다.
이로써 카타르와 사우디는 각각 아시아에서 일곱 번째, 여덟 번째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이번 결과로 아시아는 일본, 한국, 호주, 이란,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그리고 사우디와 카타르까지 총 8개국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문제는 두 나라가 '홈 어드벤티지'를 극대화하며 사실상 가장 유리한 조건 속에서 진출했다는 점이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월로 돌아간다.
AFC은 지난 7월에 4차예선 조추첨을 실시했는데, 한 달 전인 6월 돌연 개최지를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로 확정했다. 공식적으로는 '인프라 수준과 개최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예선을 치르는 두 나라가 모두 자국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 셈이었다. 6개국이 두 조로 나뉘어 3개국이 각각 단판 승부를 치르는 상황에서 중립지 개최가 당연하게 여겨졌으나 AFC는 이를 내팽개쳤다.
더 큰 논란은 조 추첨 기준의 불투명성이었다. AFC는 7월 새로 발표된 FIFA 랭킹 대신 6월 랭킹을 자체적으로 산정한 뒤 포트를 나눴다. 그 결과 카타르(53위)와 사우디아라비아(58위)가 나란히 1포트에 배정됐다.
만약 7월 랭킹을 적용했다면, 사우디는 59위로 2포트로 밀려났을 상황이었다. 카타르와 사우디가 같은 조가 될 수도 있었다. 최신 성적이 반영되지 않은 과거 기준 랭킹이 두 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AFC가 개최국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중립지 개최를 요청한 인도네시아, 이라크, 오만, UAE의 요구를 모두 거절했다.
실제로 경기 일정에서도 불균형이 드러났다. A조의 카타르는 10월 8일 첫 경기 오만전 이후 무려 6일 휴식 후 14일 UAE전을 치렀다. 반면 오만은 8일 카타르전 후 단 3일 만인 11일에 다시 UAE를 상대해야 했다.
같은 시스템이 사우디가 포함된 B조에서도 반복됐다. 사우디는 8일 인도네시아전 후 6일 뒤인 14일 이라크전을 치렀지만, 인도네시아와 이라크는 3일 간격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대해 오만 대표팀의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런 일정은 전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3일 만에 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카타르는 6일 뒤에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그들은 이미 결과를 알고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이 어떻게 승인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케이로스는 "AFC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왜 카타르와 사우디가 동시에 개최국이 됐는지, 왜 휴식일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불투명하다"며 "축구는 공정해야 하지만, 이번 예선은 이미 불균형하게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카타르와 사우디는 홈의 힘을 극대화하며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카타르와 사우디 측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카타르축구협회(QFA) 관계자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일정과 규정은 AFC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굉장히 싸늘하다. SNS와 팬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아시아 예선은 경쟁이 아니라 초대장 수준", "카타르와 사우디는 FIFA의 지원을 등에 업은 예정된 본선 진출국"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부 팬들은 "AFC는 공정성을 잃었고, 아시아 축구의 신뢰는 바닥"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논란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2034년 사우디월드컵이라는 연속적인 개최 구도가 AFC의 정치적 방향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로도 이어진다.
AFC가 중동권의 자본력과 정치력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 뒤에는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근본 가치의 훼손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는 웃었지만, 아시아 축구의 신뢰는 그만큼 잃었다는 비판이 따라올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진=FIFA X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