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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며 돈 상납까지"…농아인의 '슈퍼 갑' 간부, 어떻게 탄생했나 /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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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JTBC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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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 못 하는 농아인 앞에서 바지를 내려 위협하고, 돈 상납을 받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농아인들의 권리를 위해 세워진 한국농아인협회 고위 간부 얘기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안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화하던 중년 남성이 일어서더니 갑자기 자신의 바지를 내립니다.

전주의 한 카페 안 CCTV에 찍힌 모습입니다.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한쪽 허벅지가 얇아졌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대화 상대는 말을 할 수 없는 농아인이었습니다.

당황해 옷매무새를 고쳐주려 하자, 손을 들어 때리려 합니다.


농아인은 놀라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 남성, 지난 달까지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총장이었던 조남제 씨입니다.

이 자리에 있었던 농아인 직원은 "여성 수어 통역사도 한자리에 있었는데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다"고 전했습니다.


비장애인인 조 전 총장은 협회 운영 전반을 좌지우지했습니다.

농아인들은 반기를 들기 힘들었습니다.

회원들은 내부 행사에 참가하면 조 전 총장에 대한 감사 의미로 특정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야 했습니다.

제주도와 태국에서 열린 세 차례 내부 행사의 모금 내역.

참가자 한 사람당 5만 원에서 10만 원씩 입금했습니다.

이런 금액만 4600만 원이 넘습니다.

[내부 제보자 : '너는 조 총장님 때문에 공짜 제주도 여행 간 거야, 5만원 씩 걷자(고 하면서)' 감사비 받는 거는 본인이 받는 거예요.]

외국에 다녀오는 직원들에게는 양주 밀반입을 강요했습니다.

[조남제/전 사무총장 (2024년 3월 통화) : 내가 양주 수집해. 세관에 붙잡히면 압수예요. 농인들은 또 막 말하면 손짓, 발짓하면 풀어주는데 장애인들은 그냥 풀어줘. 지금 가져와서 팔면 2배 값 받아. 그거 몇 년간 묵혀 놓으면 한 서너 배 올라간다고.]

대부분 말을 못하는 장애인, 농아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갑질이었습니다.

[VJ 권지우 이지환 허재훈 영상편집 박수민 영상디자인 조승우]

[앵커]

'슈퍼 갑'의 위치에서 농아인 앞에서 바지를 내리거나, 돈을 받는 등 비상식적인 갑질이 가능했던 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무총장에겐 수어통역센터 인사권이 있었는데 이게 농아인들에겐 소중한 일자리다 보니, 문제제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계속해서 안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조 전 사무총장은 협회 안에서 사실상 무소불위였습니다.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었습니다.

조 전 총장은 전국 157개 수어 통역센터장직(무급 제외)의 인사권을 사실상 쥐고 있었습니다.

이 센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농아인들에게는 몇 안 되는 좋은 직장이었습니다.

[내부 제보자 : 수어통역센터라는 그 일자리가 농인들에게 너무 소중한 자리가 되고 있고요. 한 번 찍히면 전국 어디에도 채용될 수가 없는 구조예요.]

이러면서 조씨에 대한 내부 고발이나 감사도 소용없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조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사무총장직을 지냈습니다.

여러 문제가 불거지자 스스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또다시 사무총장직으로 돌아왔고 지난달까지 전횡을 이어갔습니다.

농아인들에게 행사 감사비를 받은 게 문제가 되자 자발적이었다는 확인서를 쓰라는 문서가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거부한 농아인들에게는 압박과 강요가 이어졌습니다.

[조남제/전 사무총장 (2024년 4월 통화) : 돈을 받아다 주길래 받았다는 것밖에 없는데 돈 내가 벌어서 여행 보내주고 선물 주는데 내가 미쳤다고 확인서도 안 쓰는 놈들한테 다음에 보내주겠어.]

그리고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조남제/전 사무총장 (2024년 4월 통화) : XXX XX야, 미친 XX. 내가 확인하고 (사실이) 맞으면 앞으로 협회장은 죽어도 못 해. 그 XXX XX, 미친 XX.]

[이수진/국회 보건복지위원 : 농인들을 상대로 했기 때문에 그의 기행이 사회에 알려지기까지는 그만큼 오래 걸렸습니다. 반드시 철저히 감사하고, 필요한 경우 형사고발까지 해야합니다.]

협회 측은 "전 사무총장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VJ 권지우 이지환 허재훈 영상편집 박수민 영상디자인 조승우]

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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