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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즉흥시' 노은님 3주기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 展

아시아경제 서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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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랑서 15일부터 11월23일까지
1980~1990년대 작품 20여점
세로 1.4m, 가로 0.7m의 대형 화폭에 새와 사람이 서로 엉켜있는 모습이 단순한 선과 강렬한 색채로 표현됐다. 큰 붓과 작은 붓에 물감을 듬뿍 묻혀 일필휘지하듯 막힘없는 필치로 자연 속 존재들을 그려내는 것은 노은님 작가(1946~2022) 화법의 특징. 힘 있는 붓의 흔적은 싱그러운 노래를 들려주는 듯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데, 그런 이유에서 그의 그림엔 '생명의 즉흥시'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작품명이자 이번 전시 제목인 '빨간 새와 함께'는 관람객에게 따스한 포옹의 온기를 전한다.

노은님 '빨간 새와 함께'(1986). 현대화랑 제공

노은님 '빨간 새와 함께'(1986). 현대화랑 제공


노은님 작가의 3주기를 맞아 현대화랑에서 15일부터 열리는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는 1980~1990년 전성기 작품 20여점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살핀다. 새, 고양이, 물고기, 호랑이, 오리 등의 대상을 간결한 점과 선, 강렬한 색채의 필치로 담아내 자연과 생명을 예술적으로 포착했다.

작가는 194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970년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의 항구 병원에서 일했다. 간호 자격증 없이 운 좋게 독일로 건너간 그는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며 그림 작업에 몰두했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동료의 도움으로 1973년 독일 함부르크 국립예술대학에 입학해, 1979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활동했으며,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함부르크 미술대학 정교수를 지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중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수록됐고 2019년 11월에는 독일 헤센주 미헬슈타트 오덴발트미술관에는 그의 영구 전시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노은님 회고전이 열리는 현대화랑 내부전경. 서믿음 기자

노은님 회고전이 열리는 현대화랑 내부전경. 서믿음 기자


노은님의 회화는 독일 표현주의에 뿌리내리면서도 동양의 존재론과 맞닿아 있다.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와 물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새, 바퀴 위를 달리는 애벌레 등의 이색 형태가 화폭을 가득 메운다. 집채만 한 붉은 새를 끌어안은 사람, 초승달 같은 보트를 타고 하늘을 유영하는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양의 공(空) 사상과도 상통한다. 사람을 새로, 새를 물고기로, 물고기를 나뭇잎으로 만들며 대상을 자유롭게 변환시키는 것은 물론, 그림의 위아래가 수시로 바뀌는 모습은 '우주에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동양의 공 사상을 연상시킨다. 독일의 미술평론가 아넬리 플렌은 노은님 작품을 가리켜 "동양의 명상과 서양의 표현주의를 잇는 다리"라고 평한 바 있다.
노은님 회고전이 열리는 현대화랑 내부전경. 서믿음 기자

노은님 회고전이 열리는 현대화랑 내부전경. 서믿음 기자


전시장에는 자연 속에서 예술적 세계를 찾아가는 노은님의 여정이 담긴 바바라 쿠젠베르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내 짐은 내 날개다'(1989) 상영 코너도 마련됐다.


전시 설명을 맡은 노은님 아카이브 권준성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작가의 중요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로,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님 소장품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현대화랑 관계자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한국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해 온 작가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뜻깊은 자리"라고 밝혔다. 전시는 11월23일까지 이어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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