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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는 뇌 회로 손상…“공포 증폭되고 감정조절 안돼”

동아일보 박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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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성폭력 피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여성은 감정과 공포를 조절하는 두 뇌 영역 사이의 연결이 사실상 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발견은 PTSD의 신경생물학적 원인을 이해하고, 향후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정 ‘브레이크’ 역할 상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병원(Hospital Clinic of Barcelona) 연구진은 최근 1년 안에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40명과 나이와 환경 등을 맞춘 대조군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 검사했다. 그 결과, PTSD를 겪는 여성의 절반 이상(22명)에서 편도체(amygdala)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사이의 뇌 신호 교류가 ‘0에 가깝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체는 공포나 불안을 감지하는 ‘경보 장치’ 역할을, 전전두엽은 감정을 통제하고 합리적 판단을 돕는 ‘조절 장치’ 역할을 한다. 이 두 영역의 연결이 약해지면, 공포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약 17~25%가 평생 한 번 이상 성폭력을 경험하며, 이들 중 약 70%가 PTSD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뇌에서 감정·공포를 조절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와 전전두엽 피질의 위치.

두뇌에서 감정·공포를 조절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와 전전두엽 피질의 위치.


연구를 이끈 바르셀로나 병원의 리디아 포르테아(Lydia Fortea) 박사는 “성폭력 이후의 PTSD는 특히 심각하며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성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실제 뇌 회로의 손상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증상 심한 정도와는 무관

주목할 점은 이러한 뇌 회로의 사실상 단절 현상이 PTSD 증상의 ‘심각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차이는 PTSD의 생물학적 특징일 가능성이 크며, 증상의 강도는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료 반응 예측에도 활용 가능”

연구진은 앞으로 이 뇌 연결의 손상 정도가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지표(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 있을지 추가 연구로 알아 볼 계획이다. 만약 그렇다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피해 여성을 조기에 파악해 더 집중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마린 유키치(Marin Jukić) 박사는
“감정 조절 회로의 ‘심각한 단절’은 PTSD의 뇌 수준 특징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이라며 “향후 장기 연구를 통해 이런 신경 패턴이 회복 가능한지, 또는 치료로 개선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라고 연구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아직 학술지 게재 안 된 예비 연구 단계

이번 결과는 유럽신경정신약물학회(ECNP)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예비 연구(preliminary study)로, 아직 동료 심사를 거쳐 저널에 정식 게재된 것은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한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자연재해, 심각한 사고나 폭행, 테러, 전투와 같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일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정신 건강 상태다.이밖에 죽음, 성적 폭력, 부상에 대한 위협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는 개인의 정신적·감정적·신체적 안녕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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