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멋내고 차려입은 관객들은 그 자체가 축제의 볼 거리다. 잘츠부르크 축제 주공연장인 대극장앞 호프슈탈가세./SF Kolarik Andreas
“공연에 미친 남자, 공미남입니다. 주말 휴가 내고 잘츠부르크에 갑니다. 여덟 번째. 목적은 단 하나, 오페라와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일생에 한 번은 꼭 경험해볼 만한 최고의 순간입니다. 그래도 여덟 번째라니, 저라는 인간...
”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이 상주 악단으로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톱 클래스 지휘자와 성악가, 연출가들이 빚어내는 오페라와 콘서트는 최고의 환희와 감격을 선사한다.
음악과 담 쌓은 분들에게는 이런 비유를 드리겠다. 메시의 환상적 드리블과 호나우두의 절묘한 슈팅의 콜라보. 최고의 플레이어가 펼치는 퍼포먼스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일주일간 오페라 5편, 콘서트 5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7월 19일~8월 31일)은 8월 중순 절정에 오른다. 9일부터 1주일간 오페라 5편, 콘서트 5편을 볼 예정이다. 베르디 ‘맥베스’로 시작, 비발디 ‘호텔 메타모르포시스’ 헨델 ‘이집트의 줄리오 체사레’ 도니체티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어린이 오페라 ‘무스케티에레! (머스케티에르!)’까지다.
리카르도 무티와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빈 필 연주 2차례,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고 랑랑이 협연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까지 들어있다. 아침 10시의 모차르트 마티네 리허설과 밤 10시의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리사이틀도 본다. 나흘간은 아침, 저녁 하루 2차례 공연 보러 간다.
독자가 계시기에 가능한 ‘프레스 티켓’의 힘
잘츠부르크 오페라 티켓은 비싸다. 일등석은 475유로. 우리 돈 78만원이 넘는다. 빈 필 공연 일등석은 260유로. 43만원이다. 10년 넘게 자비(自費)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취재한 덕분에 원하는 공연은 모두 ‘프레스 티켓’으로 볼 수 있다. 기자의 특권이다.
축제 측은 오랫동안 취재하고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서는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프레스 티켓’을 제공한다. 독자들이 읽어주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 리허설 티켓은 돈 주고 사야 한다. 리허설은 공식 취재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구하기 힘든 티켓
잘츠부르크 축제 티켓은 구하기가 까다롭다. 인기 있는 공연은 몇 달 전에 거의 매진되고, 남은 티켓은 최고가 몇 장이다. 공연일이 다가오면 순식간에 동난다. 빈필 아닌 콘서트 티켓은 그나마 낫다. ‘은둔의 피아니스트’ 소콜로프의 8일 공연 티켓은 최고 130유로(약 21만원)지만 40유로(약 6만6000원)부터 남아 있다. 30일 아이슬란드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10유로 티켓까지 남았다.
잘츠부르크 축제 투어
티켓 구하기도, 호텔 잡기도 번거롭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잘츠부르크 축제를 찾는 여행 상품도 있다. 한 여행사의 잘츠부르크 투어는 8박 10일에 3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잘츠부르크에선 오페라 1편, 빈 필 연주를 포함한 콘서트 3편, 그리고 베로나 오페라와 콘서트 각각 1편씩 모두 8편의 공연을 본다. 전문가가 동행하고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에 초특급 호텔, 파인 다이닝은 기본이라고 한다.
김기철 칼럼니스트가 생생한 공연의 현장을 들려드립니다. 조선멤버십 전용 기사입니다. 멤버에게는 더 많은 혜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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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항공에 특급 호텔을 이용하는 7박 9일 상품은 1000만원 정도다. 빈에서 미술관, 박물관을 관람하고, 잘츠부르크에선 오페라 1편, 빈 필 콘서트 1편을 관람한다. 단체로 티켓을 구하기 어렵고, 티켓값 또한 비싸기 때문에 여행사도 이런 상품을 주력으로 내밀긴 어렵다.
극장 앞의 ‘티켓 구함’ 행렬
여행이 주는 해방감을 제대로 누리려면 역시 자유여행이다. 여름철 잘츠부르크를 찾는 한국의 개별여행자들이 많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인 미라벨 정원과 호엔잘츠부르크성에 올랐다가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만 구경하면, 껍데기만 본 것이다.
대축제극장, 모차르트 하우스, 펠젠라이트슐레 등 주 공연장과 잘차흐 강 건너 모차르테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콘서트가 여름 잘츠부르크의 앙꼬다.
티켓 구하기 어렵다지만, 그래도 한두 장 정도는 살 수 있다. 그도 아니면 공연 1시간 전부터 페스티벌 대극장이나 모차르트 하우스 앞에 ‘티켓 구함’(SUCHER KARTE)이란 손팻말을 들고 있어 보라. 현지인들도 그렇게 한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공연을 볼 수 없는 이들이 티켓을 넘긴다. 이역만리 먼 도시에서 귀인(貴人)을 만날 수도 있다. 블로그에는 이렇게 티켓을 구한 네티즌들이 종종 후기를 올린다.
공연 티켓 있으면 버스, 트램, 전철 공짜!
아, 중요한 팁 하나. 잘츠부르크 축제 공연 티켓을 보여주면 버스, 트램, 전철을 공짜로 탈 수 있다. 공연 시작 6시간 전부터 막차까지다. 잘츠부르크시(市)가 축제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다. 자, 이제 짐 싸러 간다. 지상 최고의 여름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로 떠난다.
여름 잘츠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축제장으로 바뀐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잘자흐강. |
[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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