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이 투자 유도?… 경찰, 'AI 가짜뉴스 확산' 내사 착수

경기남부청, 사기 웹사이트 '이퀄룸프로' 내사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하고 있는 것처럼 제작된 인공지능(AI) 가짜 영상의 한 장면.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대통령을 내세운 '인공지능(AI) 가짜 투자 사기'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자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AI 기반 투자 플랫폼을 빙자한 사기 웹사이트 '이퀄룸프로(EquiloomPRO)'에 대해 내사를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이퀄룸프로는 인터뷰 동영상을 AI로 제작한 뒤, '막대한 수익 창출'을 미끼로 투자 행각을 벌이는 웹사이트다.

문제의 영상 내용은 이렇다. 우선 국내 언론사 앵커가 등장해 이퀄룸프로를 '정부 인증 투자처'로 소개한다. 이어 이 대통령이 "삶을 바꿀 기회" "월 30만 원 투자 시 2,400만~3,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보장한다" 등의 발언을 한다. '18세 이상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퀄룸프로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취지의 이 대통령 언급도 나온다.

하지만 가짜뉴스임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발음을 어눌하게 하는 장면이 영상 중간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AI를 이용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퀄룸프로는 이 같은 AI 가짜뉴스를 앞세워 공식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고 △이름 △이메일 △휴대폰 번호 등을 입력하라고 한 뒤, '최소 35만 원 이상 금액을 입금하라'고 권유한다.

경찰은 최근 이 사안을 자체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의 얼굴과 목소리가 나오는 AI 가짜뉴스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전날 '투자 사기 사건'으로 규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확인한 동영상과 인터뷰는 (현재로선) 모두 2건"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