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세기의 소송’이라고 부른다. 재벌집 장남과 군부 정권 대통령의 딸이 파경을 맞은 것인데다, 1조3808억1700만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 규모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에스케이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에스케이㈜의 최 회장 몫 지분 17.9%다. 이 주식의 가치는 지난해 2심 선고 당시 2조761억원, 현재는 2조8806억원(지난 13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2심 법원은 최 회장의 에스케이㈜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이를 ‘부부 공동의 재산’이라고 판결했다. 2심 판사가 던진 질문은 “이 재산을 누구 덕분에 모은 것인가”이다. 이는 최 회장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맡겼다는 비자금 300억원과 당시 정권의 에스케이 밀어주기 등 노씨 일가의 기여가 상당하다는 게 2심 재판부의 결론이다.
최 회장은 1994년 그룹 산하 유공(옛 대한석유공사)으로부터 대한텔레콤 지분 70%를 2억8천만원에 인수했다. 2억8천만원은 당시 반포주공1단지 32평형 아파트값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 주식이 지금의 에스케이㈜ 지분으로 바뀌며 그 가치가 2조8806억원으로 31년 만에 1만288배 뛰었다.
마술 같은 주식 가치 증가는 최 회장이 사업을 잘했기 때문만도, 노씨 일가가 사돈을 팍팍 밀어줬기 때문만도 아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그룹의 전산 시스템 업무를 전담하는 에스케이컴퓨터통신을 흡수 합병해 에스케이씨앤씨(C&C)가 됐다. 이 회사는 에스케이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수주와 상장, 지주회사(옛 에스케이㈜) 흡수 합병 등을 거쳐 현재의 에스케이㈜가 됐다.
옛 에스케이㈜의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에스케이씨앤씨와의 합병을 반대한 바 있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 규정을 피한 편법으로 에스케이씨앤씨 대주주인 최 회장이 일반 주주와 연금 가입자들의 몫을 가져갔다는 의미다.
최 회장의 2조원대 에스케이㈜ 지분 가치 형성에 국민과 일반 주주들이 사실상 종잣돈을 댄 셈이다. 이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옛 부부만의 공동 재산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기의 이혼 소송이 말하지 않는,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종오 경제산업부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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