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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조직 잔당들 남아 범죄 더 흉악해져"..무법천지 캄보디아[인터뷰]

이데일리 방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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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범죄조직원·탈출 청년이 전하는 캄보디아 실상
망고단지 급습 후 남은 조직, 범행 더 악랄해져
신용카드 든 관광객 납치하고 인신매매까지 자행
고수익 꾀임에 범죄 알면서도 모이는 韓 청년들
"일 못한다고 쫓겨난 후 장기매매 소문도" 흉흉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1000만원이라도 벌겠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거죠. 그런데 원래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더 흉악해진 거 같아요.”

과거 캄보디아에서 범죄 조직원으로 일했었다는 김태승(가명)씨는 14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범죄 조직들의 분위기와 이에 가담하는 인물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현지 경찰이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범죄거점 ‘망고단지’를 급습한 후 관련 조직들이 모두 베트남으로 도주했는데 아직 남아있는 조직이 더 흉악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잔당이 모여서 범죄를 저지르는데 떨거지들이다 보니 더 못되고 흉악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인터뷰를 통해 신원이 밝혀질 경우 조직의 보복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가명 요청을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그래픽=김정훈 기자)


“쉽게 돈 번다는 말에 혹…대포통장주들 인질 잡혀있기도”

김씨는 최근 분위기가 더 험악해져 인근 국가에서 캄보디아로 넘어와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얀마에도 (피싱 등 범죄조직이 사용하는) 사무실이 있어서 그쪽 범죄자들이 캄보디아로 넘어온다”며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는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해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2000만원 만 보내라며 협박한다”고 말했다.

범죄자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국적까지 바꾼다. 5000달러(약 713만원)를 주고 미얀마나 라오스 국적으로 바꾸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국적 세탁은 감금해 범죄에 동원하는 청년들에 대한 회유 수단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김씨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으로 유입되는 청년들 대다수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캄보디아로 향한다고 했다. 김씨는 “한 달 사기 금액이 100억~200억원 정도 되는데 잘하면 500억원까지도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1000만원이라도 벌겠다는 생각으로 오는 사람도 많다”면서 “요즘 젊은 세대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육체노동은 피하려다 보니 ‘쉽게 돈 번다’는 말에 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범죄조직들이 범죄에 활용하는 대포통장을 제공한 통장주들의 신병을 확보하기도 한다고 했다. 범행 도중 돈을 빼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이른바 ‘장집(대포통장 모집책)’이 수익금을 가로채 도망가면 통장주들은 감금과 고문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두목이 얘를 버린 이후에는 통장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범죄 조직원) 중국인들도 통장주를 쓸 데가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찾아와서 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인 대학생을 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한 중국인 용의자 3명이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캄보디아 경찰)

한국인 대학생을 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한 중국인 용의자 3명이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캄보디아 경찰)


“일 못한다고 쫓겨나…장기매매로 죽었다는 소문”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억류돼 있다 극적으로 탈출한 이들도 현장의 공포를 전했다. 허상준(가명)씨는 인신매매범 박모씨에게 협박을 받아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넘겨졌다가 지난해 9월 캄보디아 사옥에서 탈출했다고 했다. 허씨는 온라인을 통해 그를 알게 돼 친분을 쌓았지만 어느 날부터 협박이 시작돼 작업대출에도 이용당했다. 범죄 금액이 커지자 인신매매범은 허씨를 캄보디아 사무실에 팔아넘겨 2000달러를 받아갔다. 같은 방식으로 속아 캄보디아로 끌려간 사람만 9명에 이른다고 했다.

조직 내에선 일머리가 없다는 이유로 내쫓기기도 하고 또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된다고 전했다. 허씨는 “같은 방을 쓰던 한국인은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면서 “사옥 인근에서 툭툭이를 타는 사람에게 (쫓겨난 사람이) 납치돼 장기매매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이 목숨을 걸고 빠져나와도 대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범죄조직과 한통속일 수 있어 신고가 어려울뿐더러 대사관이 야간과 주말에는 문을 닫아 피해자들이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허씨도 금요일 밤에 탈출을 감행해 대사관에 도착했지만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해도 경비원들은 여권이 없으면 들여보낼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인 직원 역시 “퇴근시간이라서 도와줄 수 없으니 토요일, 일요일은 알아서 버티고 월요일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 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캄보디아 국제범죄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지금 현지 인력은 두 배 늘려도 부족한 정도”라면서 “현재로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5~6명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응 콜센터도 둬야 할 뿐 아니라, 이들을 빼 온 후 출국하기 전까지 케어할 수 있는 숙소까지 필요하다”면서 “대사관이 프놈펜에 있는데 국경 지역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서 차로 몇 시간 가야 하니 거기에도 부서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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